2022. 6. 8. 08:00ㆍ내 생각/어쩌다 독일
Bahnhof(반호프;역)
반호프(Bahnhof)는 역(Station)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일인들 대부분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아무래도 반호프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반호프가 들어가는 역들은 서울 지하철에서 서울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수서역처럼 일반 지하철, 철도, 고속철도가 들어오는 대형역들이 많다. 간혹 Hbf란 글자가 보이면 이는 하옵트반호프(Haupthbahnhof)라고 읽으며 대형역을 넘어 중앙역이란 뜻이다. 여담이지만 베를린 지하철 대부분 화장실이 없는데 이처럼 큰 역들은 공공화장실을 가지고 있다. 여기도 역시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분들에게 1유로 정 팁을 지불하는 게 문화다.
Brücke(브뤼케;다리)
브뤼케(Brücke)가 들어가는 곳은 단어의 의미에 알맞게 교각이 놓여있다. 교각의 규모와 크기는 역마다 제 각각이다. A구역 안에 있는 Möckernbrücke, Jannowitzbrücke, Platz der Luftbrücke가 눈에 자주 띈다. 여기서 Platz der Luftbrücke만 성격이 다른데 과거 분단 독일 시절 서독 보급을 위해 이용하던 곳을 루프트(Luft;공기) 다리라 부른다. 반면 국내에는 지하철 역명에 다리가 들어가는 곳이 거의 없다. 5호선 굽은다리역과 오목교 말고는 없다. 서울시 지하철 역명으로 다리가 선정되지 않는 건 어쩌면 랜드마크로 특정할만한 다리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Damm(담;댐)
베를린의 서쪽에 우반 1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쿠퓌르스텐담(Kufürstendamm;일명 쿠담) 역이 있다. 역명이 너무 어려워서 damm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독어 사전을 열어보니 우리가 아는 댐의 뜻이었다. 오히려 찾아보고 더욱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쿠담 주변에는 댐이 없고 청담동 패션거리처럼 명품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다. 이번에 찾아보니 과거 독일의 왕 레오폴트 1세가 베를린 서쪽에 있는 그뤼네발트(Grünewald;초록숲)로 가는 둑길이 지금의 쿠담이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베를린에 담으로 끝나는 역명이 참 많다. Siemensdamm, Rhordamm 등이 있다. 지금은 도로 바뀌었지만 과거 이자리에 쿠담처럼 둑길이 있던 곳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Felde(펠데;들판)
어미가 펠데로 끝나는 역들 주변에는 대부분 넓은 평지와 들판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지하철 노선도를 기준으로 C구역에 가까울수록 펠데가 들어가는 곳은 갈대밭이나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또한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 시 외곽에서 조금만 나와도 사람들이 사는 집보단 들판들 밖에 안 보인다. 에스반 2호선의 남쪽 끝인 Marienfelde, Balnkenfelde를 가보면 시골 같은 느낌이 든다. 아파트는 찾아볼 수 없고 미국의 시골처럼 1층 혹은 2층짜리 단독주택만 보인다. 주택 간의 거리도 꽤나 떨어져 있다.
유명인 이름 역명
한국과는 달리 유명인 베를린에는 유명인 이름이 들어가는 역명이 참 많다. 베를린과 연고가 있는 유명인도 있지만 전혀 연고가 없는 유명인들 이름도 꽤나 있다. Adenauerplatz(아데나워 독일 연방 총리), Walther-Schreiber-Platz(발터 슈라이버 베를린 작가), Richard-Wagner-Platz(리차드 바그너 작곡가), Fredrich-Wilhelm-Platz(프리드리히 빌헬름 베를린 왕) 등 이외에도 수많은 역명에 유명인의 이름이 들어간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역명이 조금 사람 이름 같네 싶은 곳들 대부분은 내 추측이 들어맞았다.
마치며
베를린의 지하철 역명들을 살펴보며 국내와 다른 점을 많이 느꼈다. 국내 역명들은 대부분 법적 행정동과 같이 주소지와 비슷한 역명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베를린은 해당 역 근처에 위치한 도로명이나 랜드마크를 대상으로 역명을 짓는 것 같다. 이러한 차이를 가지는 이유는 유럽은 옛날부터 도로명 주소를 써서 나타나는 차이라 생각한다. 다른 큰 차이점은 유명인들과 관련된 역명들이 많은데 어렵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차용했으면 좋겠다. 내가 추측했던 것처럼 외국인들도 국내 유명인들 혹은 위인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 생각 > 어쩌다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생활의 유산 (0) | 2022.06.10 |
---|---|
독일 실생활에서 많이 본 브랜드 (0) | 2022.06.09 |
베를린 지하철 역명 1부 (0) | 2022.06.07 |
밥솥의 죽음 (0) | 2022.06.06 |
독일은 왜 축구를 잘할까 (0) | 2022.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