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6. 08:00ㆍ내 생각/수필
영화를 보는 시선
유년시절을 제외하고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과거에는 영화관에 앉아 있는 시간 자체를 낭비로 여겼다. 아마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못 봐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우연히 명작들을 영화관에서 보며 사라졌다.
지금은 되려 영화를 독서처럼 생각한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 경험의 깊이를 확장해주는 것인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가 평소에는 상상치도 못하고 경험할 수 없는 일을 스크린을 통해 경험하게 도와준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독서보다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국산작은 왜?
영화를 볼 때 내게 가장 눈여겨보는 점은 예측 불가성이다. 작품을 감상할 때 내 예측 범위 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너무 싫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며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건데 그러지 못한다면 내겐 그저 그런 영화다. 이런 부분은 특히 국내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클리셰가 국산 영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오글거리는 개그나, 뜬금없는 연애라인, 억지로 울게 만드는 장면 그리고 비슷한 역할의 배우들 등 작품명만 다르고 비슷한 영화가 판을 친다. 특히 명절에 가까워질수록 가족영화랍시고 이런 작품들로 스크린이 도배된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1000만 관객수 돌파. 이런 작품에서도 앞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한 영화들이 많다. 비교적 가장 최근에 1000만 관객수를 동원한 <극한직업>도 내겐 어디서 자주 본 국내영화중 하나였다. 너무 재밌게 봐서 본인 인생영화라며 추천을 해준 지인에겐 미안하다. 난 너무 기대를 했는지 영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국산작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는 다 나왔다. 사람들이 강조했던 개그도 내겐 억지웃음으로 느껴졌다.
극장가에 걸리는 우리 영화들은 왜 비슷한 작품들만 나올까. 영화산업에 일가견이나 조예는 없지만 추측컨데 자본의 영향이 심하리라 본다. 감독들이 투자자들을 유치할 때 자신만의 철학을 영화에 녹여내면 호응이 좋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과거에 흥행한 영화와 비슷한 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 때문에 계속해서 비슷한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인구수에 비해 산업이 크다. 어느정도 괜찮게 만들면 수익은 충분히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심리가 안정적인걸 추구하니 양산형 영화만 보인다. 앞으로 한 달 뒤면 가정의 달인데 또 극장가엔 어떤 양산형 영화가 스크린에 올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