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0. 08:00ㆍ도시 이야기/도시 정보
1.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머리말
요즘 웹 서핑을 하다 보면 국내에서 요리하는 CEO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의 운영 방향에 대한 코칭을 해주는 방송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방송의 크기를 더 키워 국내 전통시장 살리기에 도전했다. 현재 전통시장에서 업을 이어가는 상인들과 함께 만나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회의를 수차례 진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각 점포 별로 코칭하는 모습도 방송 중간중간 등장한다.
방송을 보니 전통시장과 관련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등장한다. 현상 유지가 좋다는 쪽, 변화를 원하는 쪽 그리고 상관 없는 쪽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아마도 내가 전통시장 찬성파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다. 멀리서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전통시장이 현대화 되어야 방문하기 좋으니까. 도시관련 주제를 늘 포스팅하는 사람으로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해 나름 건축학 측면으로 생각해봤다. 옛날에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용이 부족해서 다시 정리해본다. 백종원처럼 외식업 관점으로 쓰지는 못하는 것 양해 구한다.
2. 전통시장 건물 현대화
학부생 시절 마케팅 관련 교양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소문이 타기 위해서 반드시 2030세대 여성들의 방문이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교수님 말을 빌리자면 통상 데이트 코스를 주도하는 것이 여성 소비자이며,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여 해당 장소의 입소문을 만드는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현(現) 2030세대 여성들은 다른 곳은 잘 방문하는데 전통시장만큼은 방문하지 않는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을 안가는 요인이야 많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위생적 측면이 가장 크다. 매대 상태를 비롯한 바닥, 벽면, 화장실 등 모든 방면에서 열악한 위생환경을 자랑한다. 한동안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이랍시고 현대화 사업을 거친 전통시장들이 많지만 그런 곳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바닥은 늘 해산물에서 나온 물인지, 정체불명의 물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여기에 냄새는 덤이다.
서구 선진국처럼 위생 때문에 식사시에도 자기가 주문한 것만 먹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본인이 굳이 위생적 위협 요소를 품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옆 나라 일본의 전통 해산물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달리 완전히 백화점처럼 매장을 꾸며 놓았다. 이정도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전통시장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3. 전통시장 주차 개선
대부분의 전통시장을 보면 도보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보게 되면 양손이 계속 자유롭지 못한다. 은근히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소인데 자가용을 이용하면 물건을 둘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서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자리가 없는 경우 시장과 떨어진 곳에 차를 두거나 아니면 주변을 몇 바퀴 돌아야 한다.
전통시장과 함께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주차타워를 건설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차 타워를 만들 때에도 시장과의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시장과 주차 타워 사이에 이동 통로를 만들어 방문자의 편의성을 증대 하는게 중요하다. 올랜도에 위치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경우 주차장에서 놀이공원 입구까지 바로 직통으로 연결 되는 통로가 존재한다. 위 사례처럼 이용자의 이동동선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주차 타워는 그저 인근 주민들만 이용하는 시설로 의도와 다른 목적으로 전락할 것이다.
4. 전통시장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
시장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은 유독 붐빈다.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가 여기저기로 가야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전통시장 인근은 늘 혼란스럽다. 따라서 전통시장을 통과하는 별도의 정류장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H자 모양으로 신축하여 가운데에 버스가 지나 다닐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하면 방문객들의 불편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향상되면 그동안 교통 때문에 불편해서 방문을 꺼렸던 사람들의 유입도 활성화 될 것이다.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 계획은 앞서 말한 ‘주차 개선’과 함께 이뤄진다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다.
5. 전통시장 회랑 설비
2021년 통계청에서 공개한 ‘휴일에 참여한 여가활동_취미오락활동’에 따르면 국민의 29%가 쇼핑 및 외식에 참여했다. 쇼핑과 외식 활동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실외는 복합쇼핑몰이 유일하다. 복합쇼핑몰이 각광 받는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부 날씨에 영향 받지 않는 특수성이다. 야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내에서는 별도의 우산을 들지 않은 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게다가 여름에는 냉방으로 쾌적하다.
전통시장에서도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회랑이 필요하다. 단순히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된 회랑이 아닌 주변 건축물과 환경에 어울리는 회랑을 만들어야 한다. 위에 첨부한 해외의 사례들은 회랑이 모두 교통수단이 있는 곳까지 긴 거리가 이어져 있어서 환경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 교통수단과 직통되는 회랑이 시장에 들어서면 방문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 전통시장 상인 교육
한동안 전통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현대화 사업이 다수 진행되었다. 현대화 사업이 완료된 몇몇 전통시장을 가봤는데 건물의 외관만 바뀌었을 뿐 다른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비위생적인 환경, 벗겨진 페인트, 여기저기 적재된 물건들 등 건물의 포장지만 바뀌었지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은 전통시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이 변화해야 한다.
다른 부분들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상인 교육은 관계자들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사람의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성공적인 현대화 사업을 위해서 꾸준한 상인 교육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7. 전통시장 활성화 해외 추천 사례
단기간 동안 해외 여러 국가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해외의 문화를 경험하며 국내에 들여오면 좋을 법한 사례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전통시장 문화다. 우리나라의 전통시장도 좋지만 위생적인 면에서 감점요인이 많기 때문에 해외 전통시장의 장점을 우리에게 접목시키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1).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은 말그대로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수산식품을 트럭에서 판매하는 장터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정기적으로 열리며 보통 주말에 나들이 겸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미권 국가에서 많이 열리는 시장의 형태다. 국내의 위생적인 푸드트럭 처럼 깔끔한 위생 상태를 자랑하기 때문에 구매욕을 자극한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비용이 많이 들 경우 대안책으로 파머스 마켓의 형태를 차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 크리스마스 시장(Weihnachtsmarkt/Christmas market)
유럽권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을 겨냥하여 11월말부터 약 한달간 도심지 광장에서 주로 개최되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유래 되었다. 파머스 마켓처럼 농수산식품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공예품도 취급한다. 차이점은 광장에 별도의 간이 점포가 생기는 것과 운영하는 기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생소할 수 있겠지만 올초 광화문 광장과 더현대백화점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렸다.
(3). 일본 토레토레이치바(とれとれ市場) 수산시장
토레토레이치바 수산시장은 일본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것과는 다르게 외관도 화려하고 내부는 백화점처럼 정갈하다. 수산시장이라 하면 축축한 바닥과 생선 비린내가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다.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이기 때문에 국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본보기 중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8.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마무리
도봉구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위해 5년간 약 120억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봉시장은 여타 서울시의 다른 재래시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명칭에 ‘전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무조건 지키려고 하는 정부의 잘못된 욕심이다. 정부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라는 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간 시행되어 왔는데 그렇다고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많아졌는가? 그것도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생업이 걸려 있어서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겠지만 체계적인 현대화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통시장의 전망은 암울하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위생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대형 유통매장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당일 배송의 보편화로 전통시장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전통시장이나 상인에게 무분별한 지원금을 남발하는 미봉책 보다는 실효성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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