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7. 08:00ㆍ도시 이야기/도시 정보
1. 대전광역시: 머리말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재미가 없을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 ‘노잼’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이제는 관용어처럼 굳어진 ‘노잼 도시 대전’이 떠오를 것이다. 온라인에서 밈(meme;유머)처럼 사용되던 말인데 이제는 대전광역시 공식 페이스북 홍보물에도 ‘노잼의 도시 대전’이라는 표현이 보일 정도이니 해당 밈이 얼마나 양지로 올라왔는지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대전은 어쩌다 노잼의 도시가 되었을까? 다른 광역시들도 많지만 유난히 대전만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노잼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서울과 너무 비슷해서라 생각한다. 대전은 다른 광역시들과 달리 서울과 비교적 가깝다. 그렇다고 부산, 울산, 경주처럼 바다와 인접한 도시도 아니다.
여러 특성들이 맞물려 대전의 어디를 가더라도 서울과 비슷한 풍경이 보인다. 국내 여행의 특성상 다른 여행 선진국처럼 도시 간의 특색이 미미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비슷한 것이 관광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악수로 작용한다. 결국 수도권 방문객들이 대전을 방문하면 대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서울에는 없는 베이커리 ‘성심당’에 들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 대전광역시에 방문하면서 친구들과 무엇을 해야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거주하고 있는 친구가 꽤 많은 준비를 해서 그런지 대전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함께 추억을 쌓았다. 대전 탐방을 해보니 ‘노잼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전시가 안타깝기도 하고 대전이라는 곳에 흥미가 생겨 자료를 정리했다.
2. 대전광역시: 개요
대전광역시는 남한 기준으로 정중앙에 위치한 도시이다. 충청권역 제1의 도시이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영남과 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박정희 전(前) 정부 때에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수도를 대전으로 옮기려고 했기에 국내 대도시 중 보기 드문 계획형 도시다.
일류 경제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도시 답게 국내 1인당 개인소득이 높다. 2020년 자료 기준으로 서울, 울산 다음으로 전국 3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당시 상당수가 대전으로 왔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대전광역시는 군사도시로 익숙할 것이다. 다양한 군사시설 역시 대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있다.
3. 대전광역시: 역사
대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것은 확실하지 않지만 구석기 시대로 파악된다. 대전시 대덕구 일부 유적 중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너무 옛날 얘기는 감흥이 없을 것이다. 대전이라는 지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꽤나 늦은 조선시대 초부터이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대전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 않았다.
대전시의 흥망성쇠를 가른 것은 애석하게도 일제강점기부터다. 일제가 만든 경부선 철도 노선이 지나가게 되면서 대전역이 설치되자 인구 유입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도시화가 시작되었다. 대전역이 설치됨에 따라 현(現) 대전역 인근 중앙로 일대에 일본식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 6.25전쟁 때 대전 시가지의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가 개최됨에 따라 대전이라는 도시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대다수의 엑스포는 선진국에서 개최되는데 당시 선진국에 막 진입한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에 엑스포가 가지는 상징성은 지금보다 컸다. 엑스포가 개최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국내 5개 직할시 중 가장 인구수가 적었던 대전이 광주광역시를 앞질렀다.
광주광역시의 인구를 초월한 그 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대전광역시로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다른 광역시들과 달리 빠른 시일내에 급성장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도로, 철도 교통망과 여러 공공, 행정기관 및 군사과학 시설의 밀집 영향이 컸다. 지금은 인근에 생긴 세종시와 함께 상부상조하는 광역시의 모습을 보인다.
4. 대전광역시: 한밭과의 관계
대전에 방문하면 유난히 한밭이라는 글자를 간판이나 동(同) 이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한밭대학교라는 국립대학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전과 한밭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둘 다 같은 뜻이다. 대전(大田)은 순우리말인 ‘한밭’을 한자화 한 이름이다.
조선시대 초 한밭이라 부르던 지명을 한자로 바꾸며 지금의 대전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밭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넓은 들판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말로 ‘한’은 ‘넓다’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강(韓江)의 ‘한’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예나 지금이나 대전에는 넓은 평야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5. 대전광역시: 발전 잠재력
개인적으로 대전 광역시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미래라 생각한다. 인근에 있는 세종시와 함께 더불어 국내에서 몇 안되는 지역별 출산율에서도 높은 기록을 보이며, 2019년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 4위, 202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삶의 질, 보건, 환경, 교통, 행정역량지수에서 1등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단지 국제 항공 노선이 없고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을 뿐 다방면으로 완벽한 도시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자리, 교통, 주거, 학군, 공공기관, 의료 등 하나 정도의 허점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대전광역시는 이런 부분에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학 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서비스업에 치중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소득이 높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다방면의 지표를 석권할 수 있었다.
좋은 환경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지방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제외하고 3대 째 이상 살아온 본토박이의 비율이 가장 적은 곳이다. 신규 유입된 인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거주민들의 애향심이 낮은 곳이다. 애향심이 낮을수록 새로운 문화 및 인구가 유입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전시에 마련된 다양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도시라 생각한다.
6. 대전광역시: 관광 잠재력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전 광역시를 둘러보니 충분히 관광 도시의 잠재력이 보였다.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겠지만 성심당 본원이 위치한 대전시 은행동만 둘러보더라도 반나절은 훌쩍 지날 것이다. 성심당 본원 근처에 있는 성심당 케익부띠끄, 성심당 문화원, 성심당 옛맛솜씨 등 다양한 베이커리, 디저트류를 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근처에 또 현(現) 325만 구독자를 달성한 3D펜 유튜버 사나고의 카페도 있어서 둘러보면 좋다.
성심당 구경을 마치고 나면 저녁에는 야경을 보기 위해 한빛탑에 다녀오면 좋을 것이다. 한빛탑 앞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 꿈돌이와 꿈순이가 우리를 반겨준다. 근처에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한빛탑 전망대에서 대전 야경을 구경하고 내려와서 공원을 한바퀴 산책하면 낭만적일 것이다.
대한민국 프로야구(KBO)가 시즌 중이라면 한빛탑을 보고 난 뒤에 대전의 자랑 한화 이글스의 경기장에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한화 이글스만의 경기를 감상하며 경기장에서 지인이나 연인과 함께 추억을 쌓으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제시한 코스대로만 다니더라도 서울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충분히 선사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가 ‘노잼의 도시’라고 하는 것은 비틱질(기만)로 밖에 안보인다. 대전광역시의 관광 역량은 뛰어나다.
7. 대전광역시: 여담 칼국수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한테 놀러간다고 하니 ‘칼국수 먹으러 가자!’라는 말을 들었다. 대전의 음식이라고 떠올리면 당연히 빵이 아닌가 했다. 지금은 다들 성심당 때문에 ‘튀김 소보루’를 떠올릴 것이다. 의외로 대전은 칼국수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했다. 뇌피셜이 아닌 2019년 대전 사회 지표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대전 대표음식으로 칼국수를 뽑았으며, 대전시에서는 이미 칼국수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전시와 칼국수는 다소 뜬금없는 조합이다. 칼국수의 도시가 된 것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한국전쟁 직후 미국으로부터 밀을 원조 받았다. 전국으로 밀을 발송하기 위한 보관소가 대전역에 있어서 주위에 자연스레 제분 공장이 들어섰다. 또한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서해에는 대규모 간척 사업이 진행 되었는데 여기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임금 대부분을 밀가루로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대전에서 환전을 했고 밀가루가 대거 유입되었다. 밀가루를 전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당시 정부에서 ‘혼분식 장려 운동’을 진행했다.(혼식-쌀 이외 잡곡 섞기/분식-밀가루 음식;쌀 소비량 감소 목적) 또한 당시의 대전역 선로가 지금처럼 좋지 않아서 서울에서 영호남을 가기 위해선 대전역에서 환승이 필요했다. 환승시간은 보통 30분 내외였는데 짧은 시간내에 먹을 수 있던 음식이 칼국수였다.
여러 환경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이 맞물려 유난히 대전에서 칼국수가 유명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칼국수에 대한 인기가 식어서 대전하면 칼국수라는 공식이 잊혀져 가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화함에 따라 칼국수 대신에 우동이 자리를 서서히 대체하고 있다. 대전에서 누군가 칼국수 얘기를 한다면 한번쯤 아는 척 해보자.
8. 대전광역시: 마무리
사람들이 우스개소리로 농담처럼 가볍게 하는 말이 있다. ‘마른 사람한텐 뚱뚱하다고 놀려도 괜찮고, 정말 통통한 사람한텐 그러면 안된다고’라는 말이 있듯이 대전시가 정말 노잼의 도시였다면 저런 수식어가 따라 붙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지금보다 더 굳어지기 전에 노잼의 도시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수식어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성심당이라는 유명한 지역기반 기업이 하나 밖에 없지만 성심당이 커지고, 다른 지역기반의 기업들이 더욱 생긴다면 현재처럼 서울과 다른 볼거리들이 더욱 생겨날 것이다. 수도권과 다른 도시 풍경이 많아진다면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이 더욱 제고될 것이다.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관광 분야까지 섭렵하는 일명 커다란 육각형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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