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0. 08:00ㆍ내 생각/수필
Football Manager에 빠지는 이유
새로운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해외 축구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다름 아닌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이적시장 때문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선수와 이미 계약을 마무리한 구단도 있고 불발이 난 곳도 있다. 우리나라 선수 중에선 이번에도 터키리그의 페네르바흐체에서 활동 중인 수비수 김민재 선수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매년 이적시장을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축구 감독의 본능이 깨어난다. 그럴 때면 한 동안 잊고 지냈던 FM(Football Manager)을 하고 싶다.
FM은 영국에서 이혼 사유로 채택될 만큼 중독성이 강한 게임중 하나다. 2006년에 나온 FM2007만 하더라도 바둑알로 선수들이 움직였다. 어떻게 이런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축구구단 육성 시뮬레이션에 열광하는 걸까? FM2016을 약 5000 시간 플레이해본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은 의미부여라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엔 무가치해 보이는 데이터 조각이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임 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느새 서너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FM이란 게임을 하면 어떤 전순을 사용하느냐, 선수를 사용하느냐, 교체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판도가 시시각각 변한다. 지난 몇 년 전 최약체 팀임에도 불구하고 EPL을 우승한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약팀으로 우승을 거머쥘 수도 있고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며 대한민국을 월드컵에서 우승시킬 수도 있다. 또한, 실제로는 별 볼 일 없는 선수일지 몰라도 게임 내에서 만큼은 전술로 네이마르나 손흥민처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을 하며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내가 구상한 전술이 잘 구현되어 매번 고전하던 팀을 상대로 이길때다. 반면 열받는 순간은 최약체 팀에게 패배하는 경우다. 플레이하며 가장 슬픈 순간은 나와한 팀에서 최소 10 시즌 혹은 그 이상 함께 했는데 은퇴하는 경우다. 실제로 그 선수를 만난 적도 없지만 팀에서 보낸 시간들을 추억해보면 기분이 몹시 이상해진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조각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따금 FM을 미치도록 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이토록 멀리하는 이유는 여타 다른 게임들과 달리 무한한 플레이 시간 때문이다. 나라는 가상의 감독을 게임 속에서 은퇴시키기 전까진 계속해서 플레이 할수 있다. 덕분에 게임 플레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요즘은 김민재 선수를 토트넘으로 이적시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 생활이 바빠서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