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6. 08:00ㆍ내 생각/수필
여름 반지하 단점
어느덧 반지하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지낸 지 1년이 되었다. 지난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이용했다. 비록 에어컨은 없지만 여름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햇비이 잘 들지 않아서 의외로 선풍기 하나로도 버틸만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대나무 자리에 대자로 뻗어 있으면 동굴에 있는 것처럼 시원했다. 그랬던 공간이 이번 여름엔 골칫 덩어리가 되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습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반지하라는 공간을 사람이 살 공간이 아니라고 관용어처럼 말한다. 이번에 여실히 느꼈다.
작년과 달리 올 여름은 비가 억척스럽게 많이 내렸다. 초여름엔 세계적인 가뭄으로 우리나라도 난리였는데 막상 비가 오니 곳곳이 물에 잠겼다. 평소 자주 지나다니던 가락시장역 옆의 탄천이 잠긴 모습을 보며 폭우를 몸소 실감했다. 쏟아져 내리던 폭우는 내가 시간을 봬는 반지하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개인 사정으로 한 2주 정도 비운적이 있었는데 일은 그때 터졌다. 걱정돼서 찾아가 보니 이미 방의 상태는 메롱이였다. 다시 찾은 그곳은 이미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벽지를 보니 천장에서 물이 타고 흘러 내렸음을 짐작케 했다. 심지어 현관은 물이 넘쳤는지 물기가 그득했다. 정녕 이런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우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면 할수록 집의 상태가 가관인 게 느껴졌다. 이불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도, 심지어 대나무 자리도 축축하게 습기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우선 보일러를 틀었다. 방바닥을 말리면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 같아서 그랬다. 두 시간 정도 끝에 청소를 마무리했다.
살다 살다 옷장에 걸어둔 옷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단 것을 처음 알았다. 왜 사람들이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는지 몸소 느꼈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엔 마치 집이 아닌 물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독일 유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면 거기의 반지하들은 벽과 바닥에 벽지와 장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전부 타일을 이용했다. 그땐 왜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비로소 깨달았다. 벽지와 장판으로 하면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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