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6. 08:00ㆍ도시 이야기/도시 정보
1. 경의선 숲길 사업 머리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당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초대로 홍대입구쪽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본가와 홍대의 거리가 꽤나 되었기 때문에 이쪽 동네는 내게 있어 거의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또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마냥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어쨌든, 친구의 초대를 수락하고 그 시절 인싸들만 방문한다는 홍대에 방문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약 한시간 정도 달려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다. 친구가 다니는 대학교까지 가기 위해서는 필히 버스를 타고가야 했기 때문에 버스로 한번 환승했다. 홍대입구역 바로 앞에 있는 대로 좌우로 공사 차량과 크레인들이 즐비했다. 이때는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에만 관심이 있었지, 지금처럼 부동산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차량이 막혀서 답답함을 느꼈을 뿐이다.
이후,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찾게 된 홍대입구역 근처는 환골탈태한 상태였다. 흡사, 지금의 강남역처럼 대로변 좌우로 높은 건물들이 우뚝 솟은 모습과, 경의선 숲길이 생긴 걸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맨날 놀러 홍대에 간다고 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때부터 홍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경의선 숲길이 생기며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오늘날 흔히들 말하는 힙한 장소들이 많이 생겼다.
서울시의 빈 부지만 보이면 높은 건물을 올리기 바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째서 유동인구가 그토록 넘치는 서울 노른자 땅에 경의선 숲길을 만들게 된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어찌 보면 서울시 서북부권역의 교통 요충지인데 건물을 올리면 막대한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공사가 마무리 된, 경의선 숲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2. 경의선 숲길 사업 개요
경의선 숲길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가좌역에서 시작되어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앞역을 지나는 6.3km 길이의 직선 공원이다. 폐선한 경의선을 공원으로 변경한 서울시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계획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흔히 경의선 숲길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공간은 연남동 일대이다. 해당 구역이 경의선 숲길 중에서 가장 길기 때문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유동인구가 많아 흔히들 연남동의 이름을 따 연트럴파크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한다.
3. 경의선 숲길 사업 배경
경의선 숲길 사업의 시작은 2002년부터 2004년에 논의된 용산-문산 경의선 복선화 사업 덕분이다. 기존의 용산-문산을 이동하는 경의선이 단선철도의 지상철이었는데 복선화 사업이 통과되며 복선철도의 지하철로 일부 구간 변경되었다. 따라서, 지상철 구간에 있는 철로를 어떻게 활용할지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서울시 측에서는 이를,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폐선로를 활용한 공원조성 계획을 2009년에 수립하게 되었다.
당시, 경의선 지상철 인근에 살던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해소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소음과 분진 및 먼지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서북구 권역에는 서울시내 다른 권역들과 비교하여 공원 및 녹색부지가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에 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의선 지하화로 인해 발생한 지상부 유휴부지에 경의선 숲길 공원 조성을 결심한다. 다만, 철도부지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재산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국유재산 사용허가가 필요했다.
4. 경의선 숲길 사업 기본 방향
서울시의 경의선 숲길 사업의 목표를 남산에서부터 용산공원, 그리고 난지도와 월드컵공원으로 연결되는 광역 그린웨이를 구축하고자했다. 그린웨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차량의 통행 없는 도보 위주의 녹지대를 뜻한다. 더 나아가, 그린웨이를 주변 공원 녹지와 연계하여 인근 주민들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주민 참여형 공원이자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역할로 제시했다.
5. 경의선 숲길 사업 추진 과정
2009년 서울시는 경의선 숲길 공원 조성 사업에 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시행한다. 이로부터 1년 뒤인, 2010년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유휴부지 사용 허가 협약서를 체결한다. 덕분에, 경의선 지하화에 따라 발생한 8만여 제곱미터의 부지를 현재의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50년간 무상 임대하여 공원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경의선 숲길 공원 조성사업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유동인구와 교통 통행량이 많은곳이라서 사업 기간이 길어질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달리 공사와 절차들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각 단계의 구간은 연도별로 나누어져 완성되었다. 사업구간은 2012년, 2014년, 2015년에 차례대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2015년 구간만 늦어져 16년 5월에 개방되었다.
6. 경의선 숲길 사업 현재
2016년도 1월 서울시 공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원수는 2,827개소, 면적은 167.94㎢이다. 이는 행정구역 605.25㎢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이를 1인당 공원면적으로 환산하면 16.31㎢이다. WHO 권장기준은 9.0㎡인데 이를 약간 상회하는 수치인 셈이다. 공원비율을 자치구별로 따져보면, 항상 용산구가 하위권에 기록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위의 자료를 본다면 비교적 소외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강북지역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얼핏 보면 강북권역에 공원비율이 높다고 판단 될 수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공원이 아니다. 공원을 분류함에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평지의 공원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과 같은 산지나 구릉지도 포함된다. 서울시 대부분의 국립공원과 산지가 강북권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통계상 다른 자치구들 보다 공원화 비율이 높게 책정 되는 것이다.
다시 경의선 숲길 사업으로 돌아와 보자.도시 녹지화 비율을 늘리기 위한 서울시의 실험적인 계획이었다. 다른 서울시 자치구들에 비해 녹지가 부족했던 마포구와 용산구에 직선의 길다란 공원(선형공원)이 생김에 따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공원을 산지가 아닌 도심지를 가로지르게 설계하여,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자 공원을 따라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었다. 낙후지역으로 소외 받던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등 이제는 서울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명소로 자리잡았다.
7. 경의선 숲길 사업 확장
경의선 숲길 사업이 성공적인 인기를 끌자, 마포구에서 이를 활용하여 기존의 경의선 숲길 공원을 연장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사업은 가좌역부터 효창공원역까지 과업구간이었는데 확장된 사업은 가좌역부터 수색역까지의 구간을 다룬다. 해당 사업의 이름은 ‘경의선 선형의 숲’으로 기존 사업명을 어느정도 계승 하려는게 보인다. 경의선 선형의 숲 사업 역시 3단계로 나눠져 사업이 진행된다.
기존 사업과 모든 것이 동일한 상태로 진행된다. 과거 경의선 폐철길을 이용하는 것이나, 철도공단과 협약하는 등 사업의 내용과 조건이 동일하다. 다만, 사업계획서를 살펴보았을 때 눈에 띄는 점을 하나 고르자면 물이다. 예전과 달리 물을 이용하는 공원 조형물이 많이 등장한다. 연남동 구간 역시 물이 흐르도록 설계 되어 있지만 잘 활용되고 있지 않은데, 선형의 숲에서는 잘 활용되었으면 한다.
8. 경의선 숲길 사업 의의
경의선 숲길 사업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성공적인 공원 조성 사례 사업으로 남을 것이다. 처음 구상했던 계획안대로 많은 시민들이 해당 공간을 방문하고, 활용하고 더 나아가 주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으니 서울시의 성공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다. 일반적으로 사업이 추가되거나 확장되기 어려운데, 경의선 선형의 숲이라는 사업으로 확장된 것을 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만,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경의선 숲길 사업 역시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기존의 경의선을 복선화 및 지하화 하면서 더 이상 화물 철도가 다니기 어려워졌다. 혹시나 있을, 통일을 준비한다면 서울에서 가까우며, 북으로 향하는 노선 중 하나인데 이러한 선택지를 없애 버린 점이 아쉽다. 어렵더라도 이러한 특수성을 염두 한 상태에서 철로를 정했으면 더욱 좋은 사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숲길이 공덕역 부근에서 끊기는 구간이 발생하여 연속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사업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를 비롯하여 거주하는 시민들이 공원과 녹지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업이라 생각하여 공이 큰 사업이라 생각한다. 경의선 숲길 사업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서울시에 더욱 많은 선형공원이 등장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의 모습이 지금처럼 높게 솟은 아파트나 빌딩만 즐비한 것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국제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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