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4. 08:00ㆍ도시 이야기/도시 정보
1. 남북통일 예상 수혜 도시 머리말
올해 초쯤, 평소 자주 즐겨보던 유튜버가 남북통일을 주제로 올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남북통일에 대한 세대별 인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2030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딱히 못 느끼고, 다른 세대들에 비해 낮은 통일 찬성률을 기록했다. 유년시절 학교를 다닐 때, 종종 남북통일과 연관 있는 포스터나 표어를 만들었는데, 그때도 다들 하나 같이 입모아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통일이 어려울 것이라 말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살아보니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로 남북통일 이후 국내의 어떤 지역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인지 시나리오를 써보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쓰는 글이지만, 이렇게 하면 현실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니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사례를 최대한 국내에 반영하여 글을 써보려 한다. 어느덧, 독일도 통일이 된 지 30년이 막 지났기 때문에 통일 독일 이후 인구나 도시구조 변화에 관한 자료가 굉장히 많아 도움이 되었다.
다만, 미래의 통일 한국의 수도는 지금처럼 서울이라는 가정하에 시나리오를 쓴다. 현재까지, 통일 한국 시 다양한 수도론이 존재하고 있다. 경제력, 도시 인프라, 한반도에서의 위치, 역사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서울이 아닌 다른 수도를 생각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평양이나 개성을 지정한다 하더라도 다시 투자해야 하는 사회적 자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이 선택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세종시를 거론할 수 있으나, 대한민국 단일 정부에서도 못했던 수도천도를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남북 통일 예상 수혜 도시
(1)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고양시나 파주시에 사는 사람들을 종종 볼 기회가 있는데, 모두들 하나 같이 본인들의 거주지가 통일하면 급격히 상승할 지역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우리나라에서 현재 북한의 대도시와 가장 가깝다. 파주시의 경우 개성시까지 직선거리로 약 30km, 고양시의 경우 40km 정도 나온다. 이는 서울 사대문에서 수원시까지의 거리 정도이다. 또한, 서울과의 도로교통, 대중교통, 화물교통(경의중앙선)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다. 이러한 것들이 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90년대에 경험한 독일은 우리 기준으로 북한이라 볼 수 있는 동독의 동베를린은 통독 이후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발생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해제되며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찾아 떠난 결과다. 대부분의 동베를린 시민은 서베를린이나 베를린 바깥의 교외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혹은 더 높은 교육, 의료 인프라를 찾아 떠났다. 이러한 현상들을 미뤄보아 개성에서 파주시나 고양시로 북한시민의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통독의 사례가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분단 이전 수도였던 베를린을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눴기 때문에 우리와 사정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및 경제적 체제가 바뀐다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통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2) 경기도 의정부시
통일 한국일 될 경우 경기도 의정부시는 이북지역의 공업도시 원산시와 직결되는 평강선이 들어올 전망이다. 물자의 이동과 함께 남한으로 들어오고 싶은 북한 주민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깝고, 서울의 강북지역과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에 비해 저렴한 지가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의정부시가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정부시에는 일부 미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상태인데 통일이 될 경우 해당 미군부대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점이 대두될 것이다. 최근, 용산기지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듯이 합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 기지가 이용했던 곳이 사라짐에 따라 해당 부지를 의정부시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의정부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 서울 강북지역
강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보기에 썩 달갑지 않겠지만, 서울시 기준으로 낙후된 지역들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태초의 서울시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오히려 강남 지역과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문화시설, 대중교통, 병원, 학군 등 빠짐없이 강 이남 지역에 밀리고 있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오리지널 서울이라 볼 수 있는 강북지역이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는 북한의 역할이 크다.
가상의 남북전쟁 시나리오를 보면, 북에서 육군을 통해 서울로 진격할 경우 올 수 있는 곳은 강북지역 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우회해서 진격하게 될 경우 너무 많은 시간적 소요를 발생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북한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진격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강북지역에 도로교통이든 지하철이든 최소한의 교통수요만 수송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자가용을 타고 강북지역을 돌 때 이상하리 만큼 도로 폭이 좁고 막히는데도 불구하고 도로 공사를 안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통일을 하게 될 경우, 북으로부터의 위험성이 제거되기 때문에 그동안 미뤄왔던 강북지역의 개발이 지금보다 더욱 본격화 될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강북을 통해 북으로의 거대한 교통수요 및 화물수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강북의 개발은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북한에서 제일 처음으로 서울에 진입하는 관문으로서 강북지역이 지금보다 더욱 수혜를 입게 되어 낙후지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다.
(4) 강원도 속초시
강원도 속초시 역시 동해안 쪽에서 남북을 잇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서 성장할 잠재력이 큰 도시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국가철도공단에서 계획한 한반도 통합철도망도 계획에 따르면 속초시에는 경원선(서울-원주)과 동해선(함경도-부산)이 분기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속초시는 남북의 중간지점에서 복합 물류 허브 공간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속초시는 관광지로서의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북쪽에 위치한 금강산 때문이다. 철도교통이 계획대로 잘 완비될 경우 철도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인천과의 접근성도 뛰어나 외국인 수요도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5) 부산광역시
국가철도공단에서 발표한 한반도 통합철도망의 계획처럼 동해선(함경도-부산)이 완공될 경우 부산은 아시아 횡단 철도의 종착지가 될 전망이다. 정상적으로 운행될 경우, 조금 과장하여 부산에서부터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한번에 갈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런던-파리-브뤼셀-베를린-바르샤바-모스크바-울란바토르-베이징-평양-서울-부산,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이용을 가능케 한다. 여객 및 관광 수요를 가져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여객과 관광열차는 시간적 소요가 많이 되기 때문에 낭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항공기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화물철도로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생각한다면 해상이나 항공보다 더욱 경쟁력이 크다. 추후,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이 활성화 된다면 지금보다 더 알짜배기 노선이 되어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허덕이는 부산광역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6) 국경 접경지역
현재도 북한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들이 발전해 왔다. 통일이 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경이 대륙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현재 38선에 위치한 일부 군사시설들이 한반도 북단의 국경 접단지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대부분의 군사시설은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 기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북한의 주요 접경 도시 근처로 갈 것이다.
군사시설은 생각보다 주변 상권이 자급자족 할수 있을 정도의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전한 도시의 상권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이나 평양과 같은 대도시와의 거리가 멀 기 때문에 군인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해당 도시에 머무르며 소비생활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이북지역을 기준으로 통일할 경우 국경 접경 도시이며, 철도가 지나가는 도시 위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7) 평양시
북한의 모든 화물 및 여객은 철도교통이 담당하고 있다. 도로의 경우 수요도 적고 도로를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 철도교통의 경우 나무를 통한 철로의 유지보수가 가능하며, 연료도 석탄을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북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가 서울로 연결되어 있듯이 북한의 경우 모든 철도 교통이 수도인 평양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평양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먼 미래에 통일할 경우 북한의 모든 인프라가 집결되어 있는 평양시로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사회, 경제체제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에 새로움을 쫓지 않는 북한 거주민의 경우 서울 보다는 평양시가 더 올바른 대안일 것이다. 평양시로 북한 시민들이 모여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도시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양시 전체를 문화재 복원 지구로 지정하여 관광도시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에서도 특권계층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회적 인프라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북한식 사회주의를 반영한 건물들이 대거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독특한 외관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될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3. 남북 통일 예상 수혜 도시 마무리
무력없이 통일을 성공적으로 한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통일을 맞이할 경우 지금보다 더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가 다른 도시로 바뀌지 않는 한은 말이다. 서울 강북권역과 함께 그동안 북한을 핑계로 미뤄왔던 경기북부 지역의 개발 제한이 해지되면 수도권은 지금보다 더 큰 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우리와 체제가 다르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많은 북한 거주민들이 서울로 유입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체제 느낌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교외 지역의 발전이나 앞서 언급했듯 강원도 속초시의 발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혹은, 북한의 평양시나 평양시 교외지역의 발전이 활성화 될 것이다.
어쩌면, 살아 생전 보지 못할 통일을 맞이한 한반도 수혜 도시에 대해 나름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보다 더 경제적 체급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욱 한정적인 제원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사회적 기반 시설들을 만들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기존에 갖춰진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위에서도 계속하여 과거 기반 시설들이 많은 도시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강조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다만, 통일한국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이다. 통일을 맞이한 독일의 사례를 보면, 역시 서독지역과 동독지역 통일 이후 동일하게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금의 독일 인구수를 할당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인구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의 사회적 현상이 지속된다면 통일 이후 경제적 제반들을 모두 소모하여 오리지널 한국인이 있는 통일한국이 아닌 다국적 인종을 가진 통일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하며 새로이 만든 사회적 기반 시설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니 말이다.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본다면, 출산율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로 인한 중위 연령의 상승으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 나온 경제지표 역시 이제는 우리나라가 저성장기를 넘어 성장 침체기에 들어왔음을 알려줬다. 따라서, 현실적인 조건들을 예상해 봤을 때 남북통일을 한다면 지금이 아니라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이런 것들을 상쇄시키는 어떤 미지의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통일 한국은 그저 허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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