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유산이란 무엇인가? 한국 축구에 남긴 흔적과 영향력

2023. 4. 20. 08:0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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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벤투의 유산 머리말

      지난 12월 세계 최초로 겨울에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날씨만큼은 매서울 정도로 추웠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세계적인 축제 월드컵 덕분인지 뜨겁게 보냈다. 한 동안은 이강인 기용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벤투호가 우리에게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유산을 남기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보여서 그런지 비난이 많았지만, 이번에 깔끔하게 16강이라는 보답을 해서 그런지 FC코리아 누리꾼들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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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 감독 사임 뉴스 헤드라인 <출처: 2022_머니투데이>

      파울로 벤투 감독이 계약 만료로 나가게 된 전말을 뉴스를 통해 들어보니 대한민국 축구협회에서 약간 아쉬운 제안을 해서 더욱 아쉽다. 벤투호가 한국 대표팀을 맡으면서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한다고 욕을 엄청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본인의 철학을 밀어 붙여 결국 16강 진출의 염원을 이뤘다. 개인적으로 국내 언론이나 축구협회의 의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본인의 신념대로 하는 벤투호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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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스만호 출범 뉴스 헤드라인 <출처: 2023_뉴시스>

      월드컵 직전이나 기간 동안에 벤투호와 관련하여 말을 남기고 싶었지만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괜히 부정타지 않을까 싶어서 원고를 다이어리 한 곳에 고이 모셔 놨었다. 벤투가 물러나고 빈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까 말이 참 많았었는데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클린스만이 결국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었다. 클린스만호의 본격적인 출범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벤투호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도 부정 탈 일이 없으니 그동안 벤투의 축구를 꾸준히 챙겨봤던 사람으로서 벤투호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남긴 유산에 대해 써보려 한다.

    2. 벤투의 유산: 황인범

     

      벤투호의 가장 큰 유산은 황인범 선수의 꾸준한 기용이다. 다른 선수들도 많지만 어린 나이의 황인범이 국가 대표팀 경기에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선발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듯이 황인범이 첫 데뷔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선발 될 때마다 욕받이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공을 좌우로 배급해줘야 경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종종 나오는 실수 때문에 FC코리아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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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 양아들 오해 황인범 <출처: 2022_KBS>

      남들이 보지 못하는 벤투 감독만의 눈이 있었는지 누리꾼들의 비판과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꾸준히 국가대표 주전 미드필더로 황인범 선수를 항상 선발로 넣고 경기를 시작했다. 점점 경험치가 쌓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국가 대표팀 경기에서 번뜩이는 전진 패스를 보여줬다. 기량을 인정 받았는지 K리그의 대전FC에서 뛰다가 해외 리그로 나가서 뛰었다. 캐나다에서 잠깐 선수 생활을 하다가 러시아의 카잔FC에서 기량을 만개하여 유럽 5대 리그로 넘어갈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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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범 월드컵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뉴스 헤드라인 <출처: 2022_다음 인터풋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며 카잔에서의 생활을 접었다. 그래도 팀을 빨리 찾아서 선수 생활을 꾸준히 했다. 결국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경기에서 본인의 번뜩이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다. 좌우로 크게 벌려주는 공 배급과 꾸준히 경기장을 누비는 활동량을 보면서 과거 국가대표의 든든한 박지성 선수가 생각 나기도 했다. 벤투의 꾸준한 선발이 없었더라면 황인범 선수의 기량이 지금보다 빨리 펴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3. 벤투의 유산: 조규성

      벤투호에서 비교적 나중에 차출 된 공격수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K리그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서 뽑힌 줄 알았으나 막바지쯤 A매치와 평가전에 등장하여 간간히 골을 넣거나 좋은 연계를 보여줬다. 나처럼 국가대표 경기만큼은 챙겨보는 친구가 조규성이 꼭 선발로 월드컵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는데 카타르 월드컵을 보며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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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 감독 조규성 선수 인터뷰 내용

      K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기량을 펼치는 선수라 하더라도 국제 무대에서는 유독 리그에서 만큼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규성 선수가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에도 반신반의 하며 경기를 봤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과 달리 믿었던 이유는 국가대표 차출 당시 벤투 감독이 인터뷰에서 직접 가르칠게 있는 선수라 언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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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규성 선수 프로필 사진 <출처: 2022_KFA>

      카타르 월드컵 이전에는 손흥민과 황의조라는 국가대표의 간판 공격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조규성 선수가 어떻게 살아남을까 의심했다. 알다시피 가나전에서 이강인 선수의 크로스를 2번 씩이나 연이어 골로 연결했다. 황인범에 이어 조규성까지 성공시키는 것을 보며 벤투는 본인이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제는 황의조 선수 대신 연계, 피지컬, 마무리가 더 좋은 조규성 선수가 간판 공격수가 될 것이다.

    4. 벤투의 유산: 빌드업 축구

      대한민국 축구 평가전이나 A매치 당시 경기를 지는 경우 항상 나오던 말이 있다. ‘벤투는 왜 한국에서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는가? 우리는 뻥 축구가 답이다.’라는 FC코리아 누리꾼의 말이 많았다. 애매하게 공을 전개 하다가 순식간에 상대 선수에게 빼앗겨 골을 종종 먹히는 모습을 보여서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가끔은 정말 말도 안되게 경기에서 졌을 때 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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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 前(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좌)과 김판곤 감독신임위원장(우) <출처: KFA>

      벤투 감독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꽤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넘어온 외국인 감독 사례다. 당시 벤투 감독 영입 추진은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었던 김판곤이 담당했는데 벤투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다름 아닌 ‘빌드업’ 때문이라 밝혔다. 중국리그의 팀에서 해임 당했던 벤투였기 때문에 반대파가 많았지만 남들의 의견에도 굽히지 않는 철학 때문에 김위원장의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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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 전 경기결과 <출처: 2022_스카이스포츠>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하기 직전,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불안하게 빌드업을 해서 굉장히 답답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이런 상태로 과연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는데 첫 상대인 우루과이를 모습으로 팽팽한 경기력을 펼쳤다. 우루과이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설레발이 아닌 정말로 16강을 기대해도 좋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제대로 된 빌드업을 그것도 월드컵에서 강팀을 상대로 보였으니까.

    5. 벤투의 유산: 팀 분위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로 국가대표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예전에는 평가전이나 A매치를 하더라도 경기가 잘 안풀리면 짜증을 내거나 대충 뛰는 선수들이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예전에는 팀의 막내였지만 이제는 맏형이자 주장이 되어버린 손흥민 선수를 주축으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게 보인다. 간만에 월드컵에서 투지가 보여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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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국대 다큐멘터리 로드 투 카타르 포스터 <출처: 2022_쿠팡>

      카타르 월드컵 이전에 있었던 브라질과 러시아 월드컵을 돌이켜 보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선제골을 먹히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럴 때면 늘 심리적으로 무너지면서 연이어 골을 내주고 완벽히 끌려 다니다 패배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요즘 경기력을 보면 선수들끼리 서로 포기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며 소리치는 선수들의 투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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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16강 진출 썸네일 <출처: 2022_KFA유튜브>

      이제는 국가 대표팀 경기를 보더라도 짜증내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시간 내어 경기를 봤는데 패배하고 선수들의 찌푸린 표정까지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편치 않다. 평가전이나 A매치에서는 지더라도 지금처럼 끝까지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6. 벤투의 유산: 마무리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에 이식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빌드업 축구가 어느정도 새겨졌다. 예전에는 체력과 속도를 기반으로 한 역습축구, 일명 뻥축구를 구사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하나의 무기가 더 생긴 셈이다. 한 때는 경질 얘기까지 나왔던 벤투에서 막판에는 벤버지(벤투+아버지)가 된 벤투호의 유산이 잘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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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효하는 벤투 감독 <출처: 2022_쿠팡플레이>

      옆나라 일본의 경우도 처음에 스페인식 티키타카 전술(점유율)을 이식한다고 하니 우리가 비웃기 바빴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티키타카를 이식하기까지 약 10여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점유율 전술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축구 강팀들을 잡아내는 면모를 보였다. 새롭게 부임한 클린스만이 벤투호의 유산을 잘 이어 나간다면 다음 월드컵 무대에서는 더욱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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