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4. 08:00ㆍ내 생각/수필
1.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머리말
한 동안 국내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밀었던 경제정책이다. 얼핏 이름만 들어봤을 때에는 매칭이 잘 안 되는 두 단어의 합으로 보인다. 창조와 경제는 도대체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처음에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현 정부에서 또 뭔가 이상한 캠페인을 하는가 싶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밀었던 창조경제 정책은 다름 아닌 국민의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당시 정부에 국가 창업활성화를 밀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여타 선진국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창업 활성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다큐멘터리로 기업가 정신,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창업을 통해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등 우리에게 익숙하면서 굵직한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창업을 통해 실업률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창업 열풍 조성을 위해 대학부터 손을 댔다. 대학생들의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신규 창업으로 이어진다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2018년에 발표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기업가적 대학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의 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정책시행과 통계적 결과가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업 활성화 문화가 왜 어려운지 써보려 한다.
2.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도덕적 해이
학부생 시절 창업과 관련된 강의를 수강할 때 겪은 일이다. 해당 강의 담당 교수님께서는 창업은 본인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닌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며 늘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강의중에 늘 어떻게 하면 나랏돈을 타 먹을 수 있는지 열변을 토했다. 혹은 절약의 일환이라며 어떻게 하면 ‘절세’ 할 수 있는지 부도덕적인 방법을 알려주셨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또 누누이 강조했다.
교양 과목 담당 교수님께서 강의 중에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며 굉장히 놀랐다. 기억하기론 꽤나 높은 자리까지 다녀오셨던 분인데 강의 때마다 도덕적 해이를 종용하는 내용을 들으니 심히 불편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일부 교수님만 그랬다는 것이다. 강의 중에도 위와 같은 내용을 서슴없이 말할 정도라면 다른 곳에 강연을 가서도 저런 말씀을 하지 않을까? 창업 생태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다니 심히 충격적이었다.
3.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아이디어 혹평
학부생들이 낼 수 있는 참신한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당시 과제로 창업 아이템을 야심 차게 준비해 갔는데 늘 대차게 혼났다. 이미 있는 아이디어라거나 혹은 수입창출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매몰차게 평가했다. 나름 고심 끝에 만들어낸 아이디어였는데 내가 보는 눈이 없구나 생각하며 다른 아이디어로 제출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와 똑같은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더 나아가 아이디어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별로라 하더라도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은 좋았는지, 보충하면 좋을 곳을 정확히 짚어준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디어와 관련한 정량적이지 못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꽤 중요하다. 교수님 핑계를 대긴 좀 그렇지만 좀만 더 신경써주셨더라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쉽다.
4.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멘토 부재
창업 희망자와 이를 코칭 해주는 전문성을 가진 멘토 매칭이 어렵다. 대부분의 창업 멘토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살펴보면 각자 전문 분야가 존재하는데 창업 희망자의 아이템과 맞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인재풀을 갖추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멘토의 입장으로서 창업 멘토링에 참여한다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진행하는 창업 멘토링 사업에서는 극소수의 멘토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너럴리스트 멘토들이 많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반인들이 창업을 하고 사업에 대한 구체화를 하는데 결국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창업 희망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5.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제도적 문제
알다시피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과 관련된 기술창업의 경우 개인이 진행하기 어려워 제도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을 받기 위해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어떤 정책에 지원할 것인지?, 어떤 지원을 받고 싶은 것인지?, 각 사업별 문서 작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에서 창업 문화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는 돈은 참 많다. 어느 관공서에 가더라도 창업 유관 부서는 찾기 쉬울 정도다. 각 부처별로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창업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짜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창업 지원사업을 찾는데도 한 세월 걸린다. 정부 사업이니만큼 이용자들이 한 번에 찾을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갖춰야 한다.
6.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사회적 인식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벤처와 IT붐이 불었을 때만 하더라도 경제 고도 성장기였기 때문에 창업이라는 모험을 선택하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 사업이나 창업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모 아니면 도다. 특히 사업 망하지 말고 잘해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을 것이다. 예전과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진 셈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이토록 치열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창업을 하면 적어도 신용불량자가 된다거나 파산을 한다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지금과는 다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이 없다는 식의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처럼 경제 저성장기에 접에 듦에 따라 창업 보다는 지금처럼 안정적인 일자리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7. 국내 창업 활성화의 문제점: 결론
국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손봐야 한다. 정부에서 현행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해외 선진국처럼 수많은 정부 지원금을 투자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창업 희망자들에게 창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줄 멘토를 육성하거나 정부의 창업정책 사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우선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개인 창업을 희망하는 2030세대의 수는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창업에 대한 정보부족, 창업에 대한 재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창업의 꿈을 접는다. 형식적인 지원으로 눈먼 돈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제대로 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급했던 부분들을 먼저 개선한다면, 다른 부분들은 차차 해결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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