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티즈 스카이 라인 후기

2023. 4. 7. 08:0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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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시티즈 스카이 라인 머리말

      지금은 하드 디스크 한 켠 어딘가에 게임 시티즈 스카이 라인을 고이 모셔뒀다. 녀석을 놓아준지는 벌써 2년여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 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시간 투자를 너무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드에 그대로 넣어뒀다. 그런데 얼마전 지인 하나가 다시 예전에 플레이 했던 시티즈 캡쳐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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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캡쳐

      한동안 열심히 하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도시를 캡쳐해서 보내준 적이 있었기에 휴대폰에 저장된 스크린 샷 폴더를 샅샅이 뒤져봤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켭켭이 쌓인 사진들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잊혀졌던 도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엄청나게 애착을 가지고 공부까지 하면서 키우던 도시였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알맞은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고학 유적지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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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캡쳐

      부탁 받은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확인 차 먼저 사진 하나하나를 검토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낯선 느낌이 들 줄 알았으나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당시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도시 계획을 하고 건물을 올렸는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그때 시티즈 스카이 라인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생각났다. 현실처럼 지하철 시스템을 구현하려고 하였으나 공부도 많이 해야했고 뜻대로 잘 되지 않아서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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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캡쳐

      개인 블로그의 탈을 쓴 도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식으로 도시계획을 했을지 알아볼 겸 당시 본인이 만들었던 시티즈 스카이 라인의 도시를 소개해보려 한다. 이때 꽤나 진심이어서 각 자치구까지 만들기 위해서 한국식 자치구 작명법도 공부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말이 너무 길어졌다. 이만 줄이겠다.

    2. 나의 시티즈 스카이: 야경 도시

      야경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도심의 야경을 가장 좋아한다. 심지어는 해외 여행을 생각할 때에도 도심 야경이 여행지를 고르는 선택 요소로 작용한다. 야경과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마천루인데 이러한 선호도로 인해 시티즈에서 도시계획을 할 때 최대한 높고 야경이 화려한 건물들을 도심부에 많이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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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야경 도심 캡쳐

      도시 계획 초기에는 도심의 수요에 맞게 고층 건물이 알아서 올라가게끔 기다렸다. 시티즈라는 게임에서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이유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녹지 비율, 학군, 치안, 공공시설 비율, 대학교, 직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올라간다. 각 요소들을 어느정도 맞춰주면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데 도저히 원하는 모습의 그림이 나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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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야경 도심 캡쳐

      결국 한쪽 구석에 새로운 고밀도 도심지를 따로 조성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위에 보이는 고층 건물이 가득한 사진이다. 건축물이 밀림처럼 빽빽히 들어서 있는 것이 좋아하기 때문에 뉴욕에 다녀왔을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도심을 계획했다. 그래서인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건물 간의 간격이 좁은 것이 눈에 띈다.

    3. 나의 시티즈 스카이: 자연스러운 도시

      도시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 보면 항상 마주하는 문제가 바로 밭 전(田)자 형식의 도시이다. 플레이 초기에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격자 식으로 도로배치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특색 없고 인공미 가득한 도시가 되어 버린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 도로 계획을 할 때 반드시 곡선의 도로, 교통량이 많은 도로, 교통량이 적은 도로를 구분하여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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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야경 전체 모습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지도를 얼핏 보면 아무 생각없이 도로계획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뭇잎의 줄기처럼 큰 도로를 중심으로 교통 수용량이 적은 도로가 뻗어 나간다. 초기에 도로 계획을 잘 해두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한다면 나중에 이상한 도시가 되어버리니 자연스러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특히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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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구도심 야경

      도로계획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도시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는 공원과 나무다. 아무리 사람들이 회색빛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한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도시에서 계속 녹색을 보게 된다. 게임에서 녹지가 없으면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떨쳐 내기 어렵다. 빈 부지가 보이면 꼭 건물이나 무엇인가를 채워 넣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겠지만 유휴부지로 남겨두고 나무나 공원을 배치하면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의 도시가 된다.

    4. 나의 시티즈 스카이: 가봤던 곳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가봤던 동네를 모방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것 때문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을 때의 사진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고 사진이 없는 경우에는 구글 어스 지도로 들어가서 장소를 검색해보고 최대한 내가 꾸민 도시에 잘 녹아들게끔 만들려고 노력했다. 베를린에서 살 때의 건물을 다운 받아서 배치했는데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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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한국 건물 만약에 시리즈

      다소 오타쿠스럽지만 ‘만약 00건물이 동산이 아닌 평지에 있었다면?’라는 등 이런저런 가정을 하면서 도시계획을 종종 했었다.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좋으면 내버려 두었고 아니면 다시 파괴하고 새로 만들었다. 나름 괜찮게 뽑혔던 건물은 잠실 종합운동장, 홍익대학교 정문, 수원 화성이다. 잠실 종합운동장은 동산으로 보냈고, 홍익대학교는 평지로, 수원 화성은 개발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는데 색다른 경관이 나와서 당시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5. 나의 시티즈 스카이: 어쩔 수 없는 한국인

      가끔 시티즈 스카이 라인 게시판을 눈팅하다 보면 한국을 그대로 구현하는 사람이 보였는데 처음에는 왜 그러나 싶었지만 어느새 나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한국식 아파트, 빌라, 도로, 표지판이 보이지 않으면 도시에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초기에 계획했던 도심지에 한국형 아파트를 두면 너무 튈 것 같아서 변두리나 아예 작정하고 만든 곳에 따로 모아서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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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한국식 건물 모음

      나중에는 빌라나 아파트로 모자란 것 같아서 우리에게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한국식 편의점 건물도 함께 배치해줬다. 당시 CU 건물을 넣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건물이 튀지도 않고 크기도 작아서 다른 건물과 함께 있더라도 꽤나 자연스러웠다.(CU 캡쳐 사진은 찾을 수 없어서 미첨부) 유휴 부지가 보이면 무엇인가 끼워서 맞추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 나의 시티즈 스카이: 마무리

      한때 정말 열심히 했던 사진들을 보니 갑자기 시티즈를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다시 설치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러지 않은 이유는 안봐도 시간을 갈아 넣을 것이 뻔해서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시티즈를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시티즈를 시작하기 전에 지도를 고르고 이에 맞는 도시 계획을 종이에 직접 그려 가면서 한다. 도로 계획부터 관공서 및 공공기관 배치부터 열심히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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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야경

      그럼 이대로 배치하면 게임을 빨리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원하는 건물을 찾기 위해서 또 한참 스팀 창작마당을 뒤져본다. 건물 쇼핑이 가장 오래 걸리는 것 같다. 건물 쇼핑이 끝나고 난 뒤 해야 할 일은 대중교통 배치인데, 내가 계획했던 것과 달리 시티즈 맵 내에서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이 달라서 수요 예측이 정말 어렵다. 손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에 비해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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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즈 스카이 라인 도시 야경

      시간과 상황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정말 다시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그냥 마음 속에 접어두려 한다. 그나마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도시관련 자료들로 이런 아쉬운 마음들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언제 한번쯤 상황적 여유가 생긴다면 시티즈와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을 정기연재 해봤으면 좋겠다.

    7. 나의 시티즈 스카이: 여담

      예전에 찍어둔 스크린 샷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캐캐묵은 스팀을 다시 실행했다. 켜자마자 시티즈 업데이트가 되는 것을 보며 녀석도 나를 기다린 것인가 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간단한 업데이트가 끝나고 ‘최근 게임 이어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익숙한 도시의 전경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야경을 보기 위해 게임 진행 버튼을 눌렀더니 게임이 튕기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확인’ 버튼만 누르면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계속해서 같은 경고창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구글링을 해봤더니 그동안 깔아 둔 게임 모드 간의 충돌이었다. 모드 충돌 문제를 해결 하려면 그동안 설치한 모드들을 전부 하나씩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설치한 모드만 거의 300여개 가량 되니 차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쉽지만 그동안 열정과 정성을 쏟았던 도시는 지금 남아 있는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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