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라는 이름의 추억: 내가 방문했던 곳들과 그 이유들

2023. 4. 15. 08:0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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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단골이었다: 머리말

      우리가 어떤 가게의 단골이 될 때 운이 크게 작용한다. 정말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면 어느 가게를 방문할 때 방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문하지 않는다. 가봤는데 맛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아서, 가성비가 좋아서 아니면 사장님이 좋아서 등 다양한 요소가 단골로 변하는데 작용하는 요인이라 본다.

    더본 코리아 대표 백종원 단골 관리법 <출처: 더 본 코리아>

      그동안 단골이 되었던 가게들을 생각해 보면 위의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단골이 되었다. 재밌는건 해당 점포와 멀어지는 이유도 위의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떨 때 가게의 단골이 되는가? 최근에 단골로서 자주 방문하던 편의점의 사장님이 갑작스레 바뀌어서 단골이었던 내 일화를 이것저것 풀어보려 한다.

    2. 과거 단골: 동네 미용실

      지금은 다른 미용실을 방문하지만 한 동안 꾸준히 방문하던 동네 미용실이 있다. 우리 동네에 걸맞지 않게 스타일리쉬 하게 머리를 다듬어줬고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방문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막 새롭게 생긴 곳이라 그런지 인테리어도 현대적이어서 내가 단골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갖춘 곳이었다. 미용실에서 간간히 디자이너분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점점 친분이 쌓였다.

    미용사 가위

      사장님과 점차 친해짐에 따라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도 많이 나눴다. 군대, 취업, 진로 등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장님과의 대화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선을 넘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시는지 계속해서 탈모 관련 상품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물론 탈모약 관련 주제를 먼저 꺼낸 내 잘못이겠지만 계속된 권유가 너무 불편했다.

    탈모약 프로페시아 <출처: 약학정보원>

      영업용 멘트와 관련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불편함을 내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두 번 하고 말겠지 했으나 예상과 달리 매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의리로 미용실을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3개월 이상 지속 되는 사장님의 부담스러운 권유 때문에 결국 다른 곳으로 옮겼다. 2년 이상 방문하던 곳인데 아쉽다.

    3. 과거 단골: 동네 편의점

      ‘알코올 들어간 것 구매하는 건 처음 보네요?’ 단골 편의점 점장님과 나눴던 마지막 대화다. 지금부터 3년전쯤 집 앞 인근에 편의점이 하나 생겼다. 출구 바로 앞에 있기도 하고 한동안 포켓몬 빵 열풍 때문에 자주 방문했다. 포켓몬 빵을 고정적이고 일정한 시간에 구할 수 있는 장소가 편의점이 유일해서 생긴 일이다. 어쩌다 보니 편의점 사장님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돌아온 포켓몬빵 <출처: SPC 삼립>

      포켓몬 빵 때문이긴 했지만 방문할 때마다 살갑게 대해 주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종종 나눴기 때문에 사장님과는 꽤나 가까워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함에 따라 본의 아니게 편의점 근무자들과 사장님 간의 관계도 알게 되었다. 삭막한 현대 도시 속에서 전혀 관계 없는 사람과 격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일은 내게 있어 나름 재밌는 이벤트였는데 최근에 사라졌다.

    대한민국 편의점 CU 로고

      이유는 다름 아닌 편의점 사장님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느날부터 늘 보던 사장님이 아닌 다른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새로운 근무자인 줄 알았다. 그분에게 요즘 사장님이 잘 안보이는 것 같다고 얘기하니 이번에 사장이 본인으로 바뀌었다고 답변해 주셨다. 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나한테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뭐랄까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거 아니었나?’ 하는 형용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았다.

    4. 과거 단골: 동네 카페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일명 카공족 중 하나로 집 인근 카페에서 공부를 자주 했다. 처음에는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를 다니다가 와이파이가 간헐적으로 끊기길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카페가 하나 눈에 띄어서 한 번 방문했다. 별생각 없이 방문했으나 동네 카페치고 규모도 꽤 크고, 가격은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

    카공족 뉴스 헤드라인 <출처: 2023_YTN>

      당시 카투사 지원을 지망해서 늘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공부를 하고 들어갔다. 살면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기가 이쯤이라 생각하는데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곤 방학 때에는 8시간씩, 학기 중엔 4시간~5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카페의 맨날 같은 자리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사장님, 아르바이트생과 점점 친해졌다.

    해외 개인 카페 모습

      열심히 했던 것을 보답이라도 받듯이 결국 열망하던 카투사에 합격했다. 합격 소식을 사장님한테 알려드렸는데 본인 일처럼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합격한 이후에는 카페에 방문해서 독서를 하곤 했다. 내가 자주 방문할 때에도 카페가 생각보다 잘 안된다고 인수를 후회한다고 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까지 맞았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인수했는지 카페명이 바뀌었다.

    5. 현재 단골: 가락시장 정육점

      친구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된 곳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10여년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친구들과 종종 가락시장 회센터에서 고기나 회를 먹곤 하는데 그때 안면을 트게 되었다. 첫 시작은 친구들 때문이었지만 이후에도 혼자 종종 방문했다. 다른 정육점들은 호객 행위를 해서 부담을 주는 반면 여기는 그런 게 없어서 호감 요소로 작용했다.

      사람들이 재래시장 방문을 꺼려하는 또 다른 요인은 속이는 점이다. 가격,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서 조금 비싸더라도 대형유통매장을 방문하게 되는데 내가 가는 곳은 안면을 트기 전에도 속이는 행위가 없어서 좋았다. 점점 친해짐에 따라 단골 대우를 해줘서 너무 좋았다. 좋은 일이 있는 경우 종종 방문하는데 그럴 때마다 서비스도 섞어 주시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다.

    해외 정육점 진열 모습

      집에서 가락시장에 위치한 정육점까지 가려면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믿고 살 수 있고, 대형 마트들 보다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주기 때문에 인연이 더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확실히 재래시장이 진입 장벽이 높아서 그렇지 어떻게 든 뚫어 놓으면 이점이 참 많은 곳이다.

    6. 현재 단골: 동네 투썸플레이스

      작년 겨울쯤 동네에 엄청난 규모의 투썸플레이스가 생겼다. 조깅 하다가 눈에 띄길래 점포의 존재만 알고 있었다. 동네이긴 하지만 집에서 꽤나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방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가 동네에 놀러 온 적이 있어서 커피를 사줄 겸 방문했다가 동네 투썸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처음 방문 했을 때 인테리어와 규모까지 두 번 놀랐다.

      총 3층짜리 규모로 구성되어 있어서 좌석 선택의 폭이 넓다. 개인적으로 아늑한 지하 공간과 야외가 보이는 2층을 가장 선호한다. 근처에 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옆에서 과제를 하는 대학생을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날이 풀려서 그런지 대학생이 더 눈에 띈다.

      예전에 다녔던 동네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사장님과 친해지기 애매하다. 매장의 규모도 넓어서 아르바이트생이 더 많다. 손님도 일정 시간대에 집중 되는 것이 아닌 항상 많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바빠 보인다. 개인 작업을 하기는 좋은 환경이지만 누군가와 친해지기는 어려워서 약간 아쉽다.

    7. 나는 단골이었다: 마무리

      과거의 단골이었던 곳까지 글에 담으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비교적 최근 10년 동안 있었던 곳 위주로 작성했다. 일상 속에서 많은 곳을 방문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글을 쓰며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은 몇 곳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온라인 쇼핑몰이 더욱 활성화 됨에 따라 정말로 사람이 필요하거나 신선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해결한다.

      지금도 일부 쇼핑몰에서 신선식품을 잘 배송해주고 있지만 아직도 걱정이 좀 앞서기도 하고 가격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을 받아서 오프라인에서 해결하고 있다. 향후 엄청난 기술 발전과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면 카페, 미용실을 제외하곤 전부 온라인으로 해결할 것이다. 점점 단골이라는 낭만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나도 꽤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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