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0. 08:00ㆍ내 생각/어쩌다 독일
순환선(Ring-Bahn)
베를린 지하철을 보면 중앙에 크게 돌아가는 순환선이 보인다.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익숙한 노선도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단번에 든 생각이 2호선이었다. 아마도 박정희 정부 때 독일에서 본모습을 보며 벤치마킹한 게 아닐까 싶었다.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을 보고 감명받아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서울시에 1호선이 개통된 게 1974년도 박정희 정부 시절이니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도 아닐 것 같다.
링반(Ring-Bahn)은 이름 그대로 순환선이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 처럼 순환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의 지하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구간이 지상철 구간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선들이 이곳을 지나가게 된다. S41, S42, S45, S46, S47, S8, S85까지 총 7개의 노선이 순환한다. 그 덕분에 링반은 다른 노선에 비해 배차간격이 촘촘하다. 역과 역 사이의 길이가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열차의 속도가 우반보다 더 빠르다. 열차 내에 에어컨이 나오는 건 덤이다. 구 우반 열차들은 에어컨이 안 나와서 창문을 열어야 한다.
열악한 편의시설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방송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지하철 칭찬이 자자하다.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그냥 듣기 좋은 말을 해주나 보다 하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독일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고 그들의 말을 백번 이해하게 되었다. 독일뿐만 아니라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지하철 편의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국내 지하철에는 당연히 있는 화장실이 없다.
약 90% 정도의 정차역에는 화장실이 없다. 심지어는 상가 찾기도 어렵다. 베를린의 지하철은 정말 교통수단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지하철이다. 화장실이 있는 지하철역이 있다면 그곳은 중앙역이거나 외부 도시에서 들어오는 열차나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곳뿐이다. 서울에 있는 역을 예시로 들면 서울역, 청량리역, 영등포역, 수서역과 같은 곳에만 화장실이 존재한다. 게다가 화장실을 이용하면 화장실 이용료 팁을 내야 한다. 많이 놀랬다.
화장실이 없는 정차역에서 용변이 급하다면 역사를 나와서 근처에 위치한 유료 공공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마트나 백화점 건물을 이용하는 방법 밖엔 없다. 이 조차도 없는 곳이라면 근처에 보이는 케밥 집이나 술집에 들르는 수밖에 없다. 이용후 답례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볼 테니 1유로 정도는 내주는 게 독일에서의 예의다.
탄탄한 심야 교통
앞서 일부러 불편한 점을 언급했다. 탄탄한 독일의 심야 교통 때문에 단점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흔히들 서울에서는 자가용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데 이건 서울보다 베를린에 더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평일에도 새벽 1시까진 지하철이 운행되고 만일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그 노선을 심야버스가 대체하게 된다. 예를 들면 3호선이 운행을 종료한 경우N(Nacht;밤) 3 버스가 3호선 노선도 그대로 운행을 이어간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첫차 직전까지 운행한다.
금요일부터는 모든 대중교통들이 24시간 운행한다. 비록 새벽시간이 지나면 지하철 배차가 정말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30분에서 40분 사이인 것 같다. 그래도 대중교통이 24시간 운행하는 덕분에 버스나 지하철이 있는 곳에서 약속을 잡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수 있어서 좋았다. 국내에선 오히려 놀면서도 항상 어떻게 집에 가야 하나 걱정인데 베를린에 사는 동안만큼은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이런지는 잘 모르겠다. 국내에도 도입이 되었으면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베를린은 한국보다 교통비가 비싸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베를린 지하철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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