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카누잉

2022. 4. 28. 08:00내 생각/어쩌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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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누-콜라주-사진

    카누를 타다

      나른한 일요일 점심시간이었다. 낮잠에 들랑 말랑하고 있던 찰나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누군가 했더니 같이 살고 있던 집주인 독일인 아저씨였다. 난데없이 카누를 타러 가자며 나를 끌고 나갔다. 각자 자전거를 타고 집 옆에 있는 지하철을 탔다. 어딜 가나 했더니 포츠담 가기 전에 있는 호수로 간다고 알려줬다. 근데 자전거는 왜 들고 가냐고 물어보니 역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고 알려줬다. 

      두번 정도를 갈아타고 가기로 했던 역에 도착했다. 내려서 아저씨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15분 정도 걸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카누는 어떻게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니 매월 얼마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예전에 자식하고 같이 살 적에는 아들하고 같이 탔는데 요새는 탈사람이 없어서 자주 안 왔다고 알려줬다. 생김새가 전혀 다른 동양인인 나를 보고도 아들이 생각나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혼자 지내는 게 적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좁디좁은 카누에 올라타니 답답했다. 이게 앞으로 나가긴 할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앞으로 쭉쭉 잘 나갔다. 아마도 바람을 타고 갔기에 잘 나갔으리라 생각한다. 미디어에서 봤을 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노젓기는 굉장히 힘들었다. 하면 할수록 팔에 감각이 사라졌다. 한 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가다가 둘 다 지쳐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갔다. 아저씨한테 언제쯤 들어갈 건지 물어보니 아직 한참 남았다고 그랬다.

      두 시간 정도 더 타다가 이젠 배가 너무 고프다며 갑자기 배를 모래사장 같은 곳에 세웠다. 아무것도 없을것 처럼 생겼는데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가니 자그마한 마을이 나왔다. 규모가 워낙 작아서 영화 호빗에 나오는 동네에 온 느낌이었다. 피자 가게가 있어서 거기서 끼니를 해결했다. 워낙 인적이 드문 동네라 그런지 동양인인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아저씨랑 독일어로 뭐라 대화를 나눴다. 다시 카누에 올랐다. 이제는 카누를 가져다 놔야한다며 온 길 그대로 올라갔다. 이제는 맞바람이 불어서 노를 저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안 들었다. 이래서야 언제쯤 도착할까 싶었다. 강의 한복판이었기에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 계속 노를 젓고 저었다. 내 팔과 어깨에 감각이 사라질 때쯤 도착했다. 선착장까지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렸다. 너덜너덜 해진 상태에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갔고 지하철에서 기절했다. 너무나 피곤한 하루였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독일인 아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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