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재회

2022. 10. 11. 10:3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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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과 재회

      Hello sir. 근 5년 만에 미군 지인을 만났다. 올 7월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계급 진급과 말이다. 내 군생활 이후 그를 본 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건 미국 플로리다 주의 올랜도 버스터미널이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니 오히려 핼쑥해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고 처음 해준 말은 예전보다 훨씬 영어가 늘었네였다. 우리 집으로 걸어가며 짧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짧게 대화를 나눴다.

      미군 지인은 아버지와 함께 업무를 하다가 친해져서 집까지 초대한 게 인연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예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며 함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버지와 그는 서로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둘의 추억을 공유했다. 그 사이에서 통역을 하느라 분주했다. 서로의 앨범을 보며 5년간 모두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발견했다. 늘 동안이라 생각하던 부모님도 사진을 보며 얼굴이 점차 변한다는 걸 새삼 처음 알게 되었다.

      지난날들의 추억을 공유하다가 서로 준비한 선물 수여 시간을 가졌다. 아버지는 본인이 쓰던 물건과 레터링 케이크를 선물했고 지인은 가족들에게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했다. 외국인한테 받는 스타벅스 한국 도시 한정판이라 나름 웃긴 상황이 연출되었다. 진급 축하 케이크를 먹으며 한국식 과일 체험 시간을 가졌다. 홍시와 곶감을 준비했다. 먹더니 독특하다며 들어는 봤지만 난생처음 먹는다고 했다. 홍시는 파이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멘트를 남겼다.

    용산 미군기지와 Dragon Hill Lodge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식당 예약시간이 다 되어서 출발했다. 주말의 서울은 늘 정체였기에 예약 시간보다 20분가량 늦었다. 차 안에서 졸음을 쫓으며 통역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용산기지 레스토랑 지배인이 민간인 출입이 바로 가능하다 했으나 여전히 불가능해서 용사기지 게이트로 돌아갔다. 내가 있었던 평택기지 보다 모든 게 오래되어서 놀랬다. 건물이나 시스템은 똑같아서 한 번 더 놀랬다. 신분증을 방문자증으로 교환하고 나서야 부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군-용산기지-입구-Dragon-Hill-Lodge-콜라주-사진
    용산기지 입구와 Dragon Hill Lodge 모습

      Dragon Hill Lodge로 이동하며 본인도 오랜만에 와보니 많은 게 달라졌다고 했다. 이번에 대통령 관저가 옮겨짐에 따라 일부 출입구가 아예 폐쇄되었고 근무하던 건물도 전면 출입금지가 되었다고 알려줬다. 카투사 생활 이후 용산기지 출입은 처음인데 표지판들을 보며 이쪽엔 대략 이런 시설이 있겠거니 예측이 되었다. 용산기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해서 대화 몇 마디를 주고받으니 금세 도착했다. 이곳도 5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군대라서 그런지 시간이 멈춘 것 마냥 편한 게 없었다.

      건물로 들어가니 초입에 결혼식 정보가 안내 스크린에 나오고 있어서 놀랬다. 미군 지인한테 물어보니 민간인들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줬다. 좀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육사에서도 예식장 사용이 가능한 걸로 아는데 역시 국적만 다르지 군사시설은 일맥상통하는 게 있구나 싶었다. 용산기지가 전부 사라진건과 다르게 라운지 건물은 여전히 활기가 가득했다. 고개를 어디로 돌리던 사람들로 붐볐다. 군부대는 사라졌는데 아이러니했다.

    Drgon-Hill-Lodge-토마호크-스테이크-랍스타-콜라주-사진
    Dragon Hill Lodge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랍스터

     레스토랑 지배인이 유일하게 금요일과 토요일만 랍스터, 토마호크 스테이크 주민이 가능하다며 메뉴 설명을 했다. 지인도 이날을 고른 이유가 랍스터와 스테이크 때문이라고 한번 더 강조해줬다. 사이드 메뉴도 더 시키고 와인도 함께 주문했다. 술이라곤 맥주, 소주, 보드카 밖에 몰라서 지인이 와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줬다. 쓴 게 좋은지 단 게 좋은지 정동에 대한 얘기였다. 부모님이 단 걸 선호하셔서 달달한 레드 와인을 함께 주문했다.

      한 번에 주문한 음식이 많아서 그런지 준비시간이 꽤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지인의 사적인 얘길 들었다. 과거사와 개인사부터 가족사와 최근에 겪었던 일들 그리고 한국에 어쩌다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지 등 지극히 사적인 얘길 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국가, 환경에서 살던 사람의 경험담이라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듣고 있었다. 식당에서 20분을 기다리는 건 상당히 인내심을 요하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Drgaon-Hill-Lodge-토마호크-스테이크-세팅-움짤
    토마호크 스테이크 세팅

      애피타이저로 빵과 수프가 나왔다. 버터 종류가 많았는데 훈제 연어 맛이 나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프와 빵을 비우고 나니 메인 요리들이 속속 준비되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 때문에 레스토랑 손님들 이목이 집중되었다.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비주얼에 놀랬다. 직원들이 고기를 썰어주고 갔다. 랍스터와 함께 곁들여 먹었는데 이게 고기의 맛이구나 싶었다. 양념 맛으로 먹는 갈비와는 또 다른 맛이 나기에 입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튀김을 먹었다. 예전에 국내 스몰비어에서 유행하던 것인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른 녀석이 나왔다. 튀겨진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형태로 후식이 나왔다. 아이스크림은 너무 평범해서 아쉬웠으나 커피는 그래도 입에 잘 맞았다. 후식까지 먹은 뒤 부대로 출입할 때의 과정을 역순으로 거쳤다. 신분증을 다시 수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교통체증이 없어서 40분이 채 되기 전에 도착했다. 8시간 동안 통역을 하고 나니 기진맥진해져서 금방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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