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재건축

2022. 10. 4. 09:0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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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접근금지-스티커-사진
    접근금지 스티커

    반지하 재건축

      묶은 먼지를 털어내며 짐을 정리했다. 작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재건축이 시작되었다. 본래 올초 2월경부터 거주민 이주가 시작된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늦어졌다. 특히나 조합장 선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기호 1번부터 6번까지 모두가 본인을 뽑아 달라 유세를 떨었다. 덕분에 골목길과 공동현관 앞은 온통 조합장들 홍보지로 도배되었다.

      조합장 선발이 길어지면서 과연 올해도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 이주 통보는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왔다. 일정 기간 내 방을 빼주면 보상금을 준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빼기 위해 반지하를 찾았다. 윗집은 이미 떠났고 현관 앞엔 접근금지 테이핑까지 붙었다. 오는 길에도 몇몇 주택에 같은 스티커가 있던 게 떠올랐다.

    옥상 경치

      2층 집 현관 옆에 철제 계단이 눈에 들어와 평소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옥상에도 올랐다. 어둡고 습한 지하에만 있다가 햇빛 쨍쨍한 옥상에 올라와 보니 경치가 사뭇 달랐다. 옆 동네와 이웃 주민도 보이고 생각보다 스카이라인이 괜찮구나 싶었다. 이제는 눈에 담고 싶어도 담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았다. 지금의 감성을 후에 떠올릴 수 있도록 사진도 함께 남겼다.

      방으로 돌아와 청소와 정리를 했다. 겨우 윗집이 사라졌을 뿐인데 방과 화장실에선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악취가 났다. 아마도 정화조가 지하 쪽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습기와 악취가 가득한 공간에서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애매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은 곧장 종량제 봉투로 보냈다. 어질러진 방과 물건들을 보며 여기서 보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불과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존재하던 시절 반지하는 제 값을 톡톡히 해냈다. 방을 치우며 그 시절 누가 왔는지 같이 뭘 하고 놀았는지 지나갔다. 나만의 다용도 공간이었는데 사라진다니 아쉽고 복잡한 감정이 든다. 한편으로는 재건축 이후 동네가 어떻게 바뀔지도 기대된다. 나의 반지하 라이프는 갑작스레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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