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종말

2022. 9. 1. 08:00내 생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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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의 종말

      뜨겁던 매미의 목소리도 가을바람에 죽은듯이 사라졌다. 어김없이 출근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비교적 빠르게 지나가는 오전 시간이 끝나갈 무렵 부장님이 자리로 오셔서 먼저 점심식사를 제안하셨다. "시간은 괜찮은지, 요즘 ○○음식이 괜찮다던데" 처럼 청유형 아닌 청유형 문장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TV에서 간간히 보던 재래시장 식당에 도착했다. 부장님은 그곳에 자주가셨는지 자연스럽게 식당 안쪽에 있는 방의 불을 켜고 들어갔다. 방석을 깔며 각자 메뉴를 주문했다.

      새하얀 메모지에 각자 원하는 음식을 수기로 작성하여 주인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이왕 같이 나온거 조용히 있기 보단 사운드가 있는게 덜 어색하고 좋아서 계속 부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호기심이 생기면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오늘 함께 방문한 식당은 부장님의 신입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란 얘기를 들었다. 얘기를 곰곰히 들어보니 회식을 참하고 싶어하시는 눈치셨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그럴수 없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양한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다 같이 밥을 먹다가 부장님이 먼저 휴가 얘길 꺼내셨다. 그러다 조만간 있을 추석 명절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인턴들 각자 제사를 얼마나 챙기는지와 명절음식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와 관련된 대화였다. 대부분 명절에 모이기는 하나 음식은 사서하는 곳이 많았다.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시대 자체가 명절음식을 직접 챙기기 보단 사서 하는게 추세구나 싶었다.

      유년시절의 난 명절을 참 좋아했다. 우선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노는게 너무 재밌었다. 또 맛있는 전과 달콤한 유과를 엄청 즐겨 먹었다. 집안 어른들에게 절을 하면 받는 용돈까지 있었기에 명절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좋아하던 명절을 싫어하게 된 시점은 아마 얼굴에 검푸르스름한 자국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어른들의 잘지냈냐는 인사보단 학업과 진로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너무 큰 관심과 넓디 넓은 오지랖으로 오랜만에 방문한 시골은 금새 가시방석으로 변했다.

      유래없는 전염병인 코로나의 등장으로 사촌들과의 교류도 예전보단 뜸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꽤 오래 지속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인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더라도 명절에 온 가족들이 모이기 보단 가족 중 부모님들만 모이셔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 많아졌다. 혹은 모처럼 맞이한 긴 연휴동안 여행을 가는 집안도 많았다. 예전처럼 가족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게 아니라 앞으론 명절문화가 급속도로 무너질 것 같다. 앞으로 명절문화는 교과서에서나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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