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 단점편

2022. 6. 22. 08:00내 생각/어쩌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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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하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독일에서 살며 어떤 애로사항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그냥 불편함을 별생각 없이 넘기고 살았다. 당시 친구들과 놀던 그룹에 있던 유일한 아시아 출신이 나뿐이라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친구들에게 하나씩 예시를 들며 대답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유럽이라 하면 흔히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래서인지 가끔 생활을 하다가 후진적인 몇몇 모습을 보면 괴리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미지와 달리 일부 분야는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늘은 독일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불편한 점들을 몇 개 써보려 한다.

    석회수

     

    유럽의 수돗물

      유럽하면 꼭 빠지지 않고 석회수 얘기가 나온다. 온라인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유럽에서 설거지를 하고 꼭 닦아야 하는 이유라며 접시에 하얗게 석회가루가 낀 사진을 보여준다. 실제로 설거지를 하고 나면 하얗게 가루가 껴서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냥 물을 투명한 컵에 받아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육안으로도 물이 뿌연 게 보인다.

      석회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달리 수돗물을 그냥 마실수 없다. 반드시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브리타와 같은 정수기가 발달해 있다. 재밌는건 국내처럼 가정용 정수기가 보급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브리타를 사서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내는 동안 은행이 아닌 이상 정수기가 구비되어 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물에 다량의 석회가 함유 되어 있는 통에 샤워를 하고 나서도 영향을 받는다. 샤워를 하고 나서도 뭔가 씻지 않은 찝찝함이 몸에 남는다. 그래서 독일에 머무르는 동안엔 목욕을 국내에서 보다 더 자주 했다. 씻은 거 같은데 금방 끈적임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 많이 씻었고 그나마 겨울에는 좀 나았다.

    인터넷 연결성

    T모바일, 보다폰, 오투 로고

      유학생들끼리 통화나 카카오톡을 하면 매일 한번쯤은 듣던 말이 있다. '이제 우반 타니까' 혹은 '이제 터널 지나니까' 등의 말을 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우반이나 터널에서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후에 유럽 여행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유 별난 거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지하철이나 터널에선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다.

      처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이 사실을 알려주니 거짓말 하지 말라는 평이 자자했다. 추후 그런 친구들 중에 몇몇이 유럽여행을 하고 나서 내가 거짓말한다는 평이 쏙 들어갔다. 인터넷이 불가능한 지하철은 굉장히 지루하다. 특히 40분 이상 지하철을 타면 너무 심심했다. 보통 잠을 잤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오며 가는 동안 독일어 단어를 외웠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 지하철을 둘러보면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에어컨 없는 지하철

      1900년대부터 운행된 지하철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에어컨이 없다. 오래된 호선일수록 대부분 구식 전동차를 사용하는데 더위를 피할수 있는 방법이 창문을 여는 게 유일하다. 창문도 활짝 열리는 것이 아닌 안쪽으로 당기거나 바깥쪽으로 밀어서 이용하는 창문이라 답답하다. 여름에 특히 다수의 사람들이 끼여서 타면 냄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노선들에는 신식 열차가 다닌다. 그래서 여름엔 냉방이 되고 겨울엔 난방이 잘된다. 우반의 경우 U9에 가까울수록 최신에 지어진 노선이라 신식 열차가 많이 다닌다. 반면 우반임에도 불구하고 지상을 다니는 노선은 대게 구식 전동차를 사용한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여름철엔 시간차이가 별로 없으면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극과 극의 계절

      베를린도 한국처럼 4계절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와는 그 결이 약간 다르다.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일교차가 큰 반면 베를린의 여름과 겨울은 해의 길이 차이가 크다. 베를린의 경우 여름에 일출이 새벽 4시에 시작되고 일몰은 22시 정도부터 시작한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23시는 되어야 한다. 일종의 백야현상 때문인지 유럽도 미국처럼 서머타임 제도를 시행한다. 그렇게 안 하면 해가 너무 길다.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극도록 빨리 떨어진다. 8시쯤 일출이 시작되고 일몰은 14시부터 시작된다. 오후 3시만 되더라도 이미 해가 완벽히 사라져 깜깜한 어둠뿐이다. 밤 시간이 훨씬 길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마트들도 겨울철엔 20시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 관공서들은 15시나 16시 전에 닫는다.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노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겨울에는 돌아다닐 곳이 마땅치 않아서 너무 답답했다.

    느림의 미학

    도이치 방크와 슈파카세(은행) 로고

      가장 불편했던 점은 대부분의 사회적 서비스가 느린점이다. 관공서와 은행업무의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는 것인데 성미가 급한 한국인으로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해가 짧아지는 겨울 절기의 특성을 반영하여 겨울에는 모든 것들이 늦게 열고 일찍 마감한다. 관공서와 은행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마트도 그렇다.

      우리나라와 달리 관공서에 들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예약을 잡고 가야한다. 독일어로 예약은 테어민(Termin)인데 유학생들 사이에서 얘기를 듣다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다. 예약을 잡지 않고 무작정 관공서로 찾아간다면 앞서 예약을 잡은 사람들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업무를 천천히 처리하기 때문에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관공서가 문을 닫을 때쯤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엔 다음날 다시 오라 하기도 한다.

      은행업무는 관공서 보단 조금 낫다. 예약 없이 가서 업무를 진행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계좌 혹은 카드를 만들때 비밀번호를 본인이 설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도 정해져서 나온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이 업무를 우편으로 진행한다. 해당 우편이 집으로 오기까지 일반적으로 2주가 소요된다. 오래 걸리는 사람은 한 달 이상 걸리는 사람도 봤다.

      서비스의 연장선상으로 인터넷 설치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는 이사후 하루면 보통 설치기사님이 방문하여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데 독일의 인터넷 회사는 항상 예약이 밀려 있다고 한다. 가까운 예약일자를 잡아 달라고 요청하면 최소 한 달이고 보통 3개월은 걸린다. 그 기간 동안 휴대폰과 노트북을 연결해서 인터넷을 쓰거나 가까운 카페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유학생들은 보통 룸메이트한테 금액을 일부 지불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자주 택했다. 인터넷 설치 때문에 항상 골머리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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