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4. 08:00ㆍ내 생각/수필
5년만에 만난 녀석
언제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난다. 분명한건 친구와 카페에서 얘길 했던건 만큼은 확실히 기억한다. 당시의 난 어떤 이유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달라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친구에게 전하니 녀석은 고민을 하다가 과거에 손절한 친구 중 다시 관계 개선을 하고 싶은 사람과 연락 해보란 말을 남겼다.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생각이 깊은 녀석이니, 그 조언을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던 번호로 전활거니 이미 바뀐 번호였다. 아직까지도 이 녀석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을만한 사람한테 부탁하여 번호를 받았다. 본래 번호를 받자마자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으려 했지만 통화할 결심이 서기까지 3일씩이나 걸렸다. 용기내어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연결음 소리가 길어질수록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입과 속은 바싹 말라갔다. 소리샘으로 넘어가기 직전쯤 그가 전화를 받았다. 5년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애석하게도 내 목소리를 기억못하는지 내가 누군지 밝히기 전까지 내가 누군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 3일 동안 전화를 하는 동안 어색하면 어떻게 하려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의 우려와는 달리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덤덤히 서로의 근황을 말했다.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많이 쌓여 있었는지 통화는 30분이나 지속 되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할 얘기가 없어지니 일정만 조율하고 통화는 종료하고 싶었다. 근황 토크 이후 다음주 중으로 한번 보자는 일정을 잡았다.
약속 당일이 되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장소에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 들러서 개인용무들을 처리했다. 약속 시간이 점점 가까워 지는데 녀석한텐 연락하나 오질 않았다. 어차피 아직 할일도 있으니 조금더 기다려보자는 심산으로 하던일을 마저했다. 장소에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 연락없던 녀석은 15분~20분 뒤에 나타났다. 불현듯 녀석과 예전에 이런거 때문에 트러블이 있었던게 떠올랐다. 아무렴, 저녁시간이 되었으니 우선 밥이나 먹으러 갔다.
예나 지금이나 녀석은 달라진게 없었다. 노는 친구들, 환경, 말투, 생각, 습관 등 마치 박물관에 있던 화석처럼 5년전 내가 알던 사람과 변함이 없었다. 길다면 길다고 할수도 있는 5년이란 시간 동안 녀석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참 궁금했었다. 굳이 달라진걸 꼽자면 비흡연자였던 녀석이 흡연을 시작한것 정도 뿐이였다. 녀석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 방법을 권했던 친구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다시 만나면 오래전 손절했던 이유가 생생히 떠오를 것이다'란 말이 떠올랐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5년전 이 녀석과의 관계도 정리한 이유도 약속시간 때문이였다. 내가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닌데 역시 사람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난 꽤나 큰 용기를 내어 녀석에게 연락했지만 그날 이후로 녀석은 내게 연락한 적이 없다. 결국 나도 미련없이 연락처에서 흔적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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