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편] 안정리는 언제나 맑음 뒤 흐림 3부

2022. 8. 21. 08:00카투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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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보기(신병보호기간)

      지난주와 같이 이번에도 행정반(RSO:ROKA Staff Office) 옆에 딸려 있는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일과를 시작했다. 이미 부대 책장에 꽂혀 있는 진중문고의 도서들은 읽었기에 일기장을 챙겼다. 많은 물건들 중에 일기장을 챙긴건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다. 책을 보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 내려서 필히 뭐라도 써야했다. 사무실에 박혀 일기를 쓰니 시간도 잘가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무실에서 개인용무를 하고 있던와중 내 맞선임인 일병이 나를 찾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하냐였다. 나를 처음 보자마자 최대한 늦게 출근하라고 했었는데 아마도 우리 사무실 내의 최고참이 부재중이라서 날 필요로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3월2일부터는 출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니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어떤 일을 시키려고 저러는 걸까. 맞선임의 뒷모습을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박혀서 일기 쓰기와 책읽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아까 만났던 맞선임이 퇴근을 하면서 같이 한국군 PX에 가자고 했다. 영내에 있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줄 알았으나, 그렇게 하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미군 부대를 주행하는 콜택시를 이용했다. 우리 사무실 사람 이외에도 다른 선임들과 함께 가니 택시비가 만원 정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PX에 도착해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짜장라면을 구입하고 핸드폰 충전을 위한 USB선도 하나 구입했다. PX에서 배럭으로 복귀할 때에는 우리부대 운전병 선임이 차를 태워줘서 몸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제 막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이였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느라 마음이 편치 못했다. 배럭에 도착하자마자 훈련소 때부터 먹고 싶었던 짜장라면을 먹었다. 짜장면을 너무 먹고 싶었는데 부대에 파는 곳이 딱히 없으니 아쉬운대로 라면으로 마음을 달랬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새벽 같이 일어나서 하는 PT도 없고 지긋지긋한 마이크 소리도 없어서 너무 행복하다. 일과시간 이후에 배럭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군대에 있으면서 사람이 계속 단순해짐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바깥 세상 속에선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여기선 그런 행동을 하는것 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수 있다니 말이다. 신병보호기간이라고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안할때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사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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