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3. 08:00ㆍ내 생각/정보
1. 무신사 스토리 머리말
“무신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처음 접하는 사람은 저 녀석이 또 아재개그를 하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저 문장은 패션 브랜드 무신사의 공식 광고 영상에서 나온 슬로건이다. 당시 무신사에서 꽤나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기에 정말 질릴 정도로 들었다. 오죽하면 같이 TV를 보다가 어머니도 따라할 정도였다. 퀭한 표정의 배우 유아인이 나와서 “무신사랑해”를 연신 외치는데 어머니가 똑같이 따라해서 놀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부생 시절만 하더라도 무신사가 지금처럼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의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날지 상상조차 못했다. 제품의 사이즈별 후기와 사진들이 많아서 참고용으로 애용하던 사이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아마존처럼 동종 업계의 거대 브랜드들을 인수 및 합병을 하기 시작했다. 무신사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잦았기에 대신하여 29cm나 스타일쉐어 등을 이용했는데 무신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인수 당했다.
무신사가 왜 저렇게 인수와 합병에 목매나 싶었는데 무신사의 자사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하며 그동안 왜 그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타 회사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브랜드로부터 수수료 장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패션 사이트를 인수하고, 끝에는 자신의 독자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큰 그림이 보였다. 무신사가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를 보며 과거에는 어땠는지 궁금증이 생겨 글을 쓰게 되었다.
2. 무신사 개요
2003년 설립된 무신사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샵이다. 2019년 말 국내에서 10번째로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하며 당당히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의류에서부터 가방과 액세서리까지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한다. 신발 덕후였던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리챌에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이 무신사의 전신이다. 무신사라는 뜻은 조 대표가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모임을 오픈한 곳에서 유래 되었다.
3. 무신사 역사
조 대표는 무신사 모임이 흥행하자 2003년 무신사닷컴을 설립한다. 패션피플을 플랫폼으로 끌어 모았고 사용자들은 온라인에 신발, 패션과 관련된 후기 사진들을 올리며 서로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공유했다.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였고 2009년에 무신사스토어를 설립하기 이른다. 현재 알고 있는 무신사 사이트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이쯤이다.
2011년에 이르면서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가 100개를 돌파했다. 사업이 가파른 성장을 이루자 1년 뒤엔 법인사업자 등록을 마친다. 2013년에는 연간 총 거래액 100억을 돌파하였는데 2015년에 10배엔 1000억을 달성한다. 꾸준한 성공에 힘입어 16년도에는 여성을 타겟팅한 우신사를 런칭하고 17년도에는 무신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런칭한다.
런닝중에 일정 구간과 시간을 돌파하면 더 이상 힘들어지지 않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를 러너스 프리라고 부른다. 무신사는 러너스 프리를 맞이한 것처럼 지치지 않고 더욱 앞으로 치고 나간다. 2018년도에는 연간 총 거래액이 무려 4500억을 돌파한다. 이 무렵부터는 일반 패션 브랜드만 다루는 것이 아닌 명품 의류 및 패션 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하여 무신사 부티크를 런칭하기 이른다.
2020년에는 정품인지 가품인지 말이 많았던 리셀 어플리케이션인 솔드아웃을 런칭한다. 명품과 관련하여 본격적인 투자를 하고자 하는 무신사의 의지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그동안 약점으로 불렸던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홍대점을 필두로 하여 지금은 강남점까지 두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4. 무신사 성공요인
(1) 콘텐츠
무신사는 사업 초기 패션 커뮤니티라는 성격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이트에 붙잡아 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하게 만들 요인이 필요했다. 답은 다름 아닌 콘텐츠였다. 이를 알고 있던 무신사는 2005년 무신사 매거진을 발간한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신사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관심을 파고 들었다.
오지랖이 유난히 심한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사람들 보다 유독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패션이라는 분야 자체가 사람의 호불호와 유행에 워낙 민감하다. 무신사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긁어줄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웹사이트 중앙에 보면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노출된다. ‘호불호 없는 캐주얼 룩의 모든 것’, ‘멋, 감성, 가성비 삼위일체!’, ‘무신사에서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패션 트렌드’ 등이 있다.
(2) 무료 배송
다른 패션 사이트와 달리 파격적인 배송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상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배송비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신사는 이러한 소비자의 불편함을 파고 들었다. 구매시에는 무조건 무료배송이라는 정책을 펼쳤다. 온라인에서 옷 구입시 가장 불편한 점이 사이즈 때문인데 무료배송이라는 조건 때문에 반품비가 들더라도 구매할 때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주변에서도 무신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이즈 미스를 미리 염두해두고 같은 물건을 한번에 두 개까지 주문하는 사람도 봤다. 사이즈는 서로 다르게 하되 본인에게 더 잘맞는 옷을 입고,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은 다시 반품하는 식으로 말이다. 누군가는 낭비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본다면 이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3) 쿠폰과 적립금
지금은 많이 퇴색 되었으나 5년전만 하더라도 매달 주는 쿠폰과 적립금이 꽤 쏠쏠했다. 회원 등급에 따라 매달 10~20% 사이의 쿠폰을 쿠폰함에 넣어줬다. 당시 학부생이었던 내가 꽤나 유용하게 이용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지만 매월 쿠폰을 넣어주므로서 한 번이라도 어플에 더 접속하여 옷을 구경하게 되었다. 종종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월간 쿠폰의 할인율이 10%로 변경되었다.
적립금의 경우 과거에는 물품당 사용할 수 있는 한도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매일 어플을 접속할 경우 100P씩 적립금을 모을 수 있었는데 2년 전부터 출석체크를 별도로 해야 하는 것을 변경되었다. 더 나아가, 언제부턴가 물품에 적용할 수 있는 적립금 한도가 확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적립금을 포인트로 환전하기 위한 최소 금액도 과거와 변경되어 적립금을 모으는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적립금과 관련된 혜택이 너무 줄어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4) 후기와 치수
소비자들이 무신사를 가장 많이 찾는 이유로 꼽자면 후기로 보여진다. 무신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먼저 구매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진들이 존재한다. 덕분에 옷의 재질, 핏, 색상 등을 어느정도 인지할 수 있고 구매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무신사 어플에서 구매이력에 있던 의류의 치수를 확인할 수 있어서 본인이 따로 치수를 재지 않아도 된다.
구매 이력에 있던 의류의 사이즈와 현재 구매하고자 하는 사이즈를 한번에 비교해주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시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사이즈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사이즈 때문에 구매가 부담스러운 의류의 온라인 구매 장벽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5. 무신사 성장기
(1) 인수합병
사업 초기 남성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무신사는 여성복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했다. 어느정도 기업 덩치가 커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복 시장 2위이자 패션 사이트 라이벌이었던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했다. 원래는 여성복 시장 1위였던 W컨셉을 인수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신세계에 밀려서 인수가 무산되었다. 두 곳을 모두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여성복 시장에서 영향력을 떨치게 되었다.
하지만, 다년간 남성복 사이트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무신사이기 때문에 인수합병 만으로 이미지를 한 순간에 탈피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인지 29cm와 스타일쉐어가 무신사에 인수당한걸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신사와 한솥밥을 먹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2) 무신사 스탠다드
그동안 입점한 브랜드의 데이터와 수수료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2017년에 런칭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SPA 브랜드를 지향하는 브랜드이다. 출시 초기에는 뛰어난 가성비와 여러 핏을 자랑한다는 것 빼고는 딱히 두드러지는 것이 없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본력과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의류와 다양한 핏과 색상을 뽑아내면서 대흥행에 성공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브랜드의 단점이 이었다. 물건을 보기 위해선 직접 구매하거나 대신 구매해준 유튜버의 후기를 참고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최근에 홍대점과 강남점이 등장하며 무마되었다. 최근에 SPA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 영상에서는 SPA의 대명사 유니클로를 밀어낸 모습도 보였다.
6. 무신사 모델
(1) 유아인
2020년부터 무신사의 초기 모델은 배우 유아인이 담당했다. 무신사에서 유아인을 홍보 모델로 뽑은 이유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바탕으로 연기, 패션, 미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유아인의 모습이 브랜드의 이미지와 부합했다”라고 밝혔다. 유아인에 대해서는 맞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무신사라는 브랜드와 부합하는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무신사의 모델로 발탁된 유아인은 VR모델로도 활용되었다. VR모델의 이름은 무아인이다. 처음 무아인을 접했을 때, 도대체 저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히 궁금했다. VR로 유아인을 모델링 하려면 전부 다 돈일텐데 저렇게 돈을 투자할 필요할지 의문이었다. 무신사에서 VR모델을 준비한 건 다름 아닌 소비자 때문이다.
다가올 미래에 소비자들 역시 무아인처럼 개개인을 모델링 하여 VR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게 무신사가 무아인을 선보인 이유다. 소비자들을 무아인화 시켜 어떤 옷이든지 어플로 입어보고 본인 체형에 잘 맞는지, 색감은 어울리는지, 핏은 어떤지 등을 즉시 확인하게 될 수 있음을 피력하려 한 것이다.
“다 무신 사랑해”라는 캠페인을 하기 앞서서 위와 같은 배경지식을 함께 홍보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유아인을 쓰게 된 이유나 VR모델 무아인을 출시하게 된 이유와 소비자들이 얻게 될 장점 등 말이다. 현재까지는 유아인이 무신사 모델로 활동중에 있지만 추후 법적 판결에 따라 유지되거나 교체될 전망이다.
(2) 뉴진스(Newjeans)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돌 뉴진스가 올해 2023년을 휩쓸고 있다. 온세상이 뉴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분야의 광고를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신사의 글로벌앰버서더로 뉴진스가 발탁되었다. 무신사에 따르면, ‘개성 있는 스타일로 패션 문화를 이끌고 있는 뉴진스가 K-패션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델 선정은 작년에 되었으나 본격적으로 무신사에서 얼굴을 나타낸 것은 올해부터다. 아마도 뉴진스가 모델로 발탁되어 광고를 진행하게 될 경우 크게 이슈되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가 토끼의 해인데 뉴진스의 심볼이 토끼인 것도 겸사겸사 한 몫 한 것으로 생각한다. 배우 유아인과 달리 무신사 모델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7. 무신사 전망
무신사는 이례적으로 패션 브랜드라는 분야 속에서 유니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성했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행보를 돌이켜 보았을 때 가품논란으로 인한 솔드아웃 사건을 빼면 무신사의 성장에 제동이 될만한 사업확장은 적어도 없어 보인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독과점 부분이다.
백화점보다도 높은 입점 수수료 전략 때문에 전문가들의 말이 많다. 초기에는 저렴한 수수료로 입점을 시킨 다음 점점 가격을 높이고 나중에는 업체를 인수하는 것 때문에 그렇다. 흡사,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구사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현재까지는 다른 경쟁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되지 않고 있지만 지금보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1년 12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9cm와 스타일쉐어를 포함한 무신사의 시장 점유율은 7%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유래 없는 성장을 이뤘다는 점과 2019년 세계 최대 벤처 캐피탈인 세쿼이아 캐피탈에서 2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패션 시장에서 얼마나 더 점유율을 가지고 가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독과점을 이루게 된다면 가격부담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다. 무신사의 독주가 끝나면 패션계의 카카오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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