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3. 08:00ㆍ내 생각/정보
과거의 영광
내가 처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를 보기 시작한 건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선수 때문이다. 많은 해외축구 입문자들이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때의 맨유는 지금처럼 광대 포지션의 팀이 아니었다. 그 어떤 강력한 팀을 만나더라도 김 빠지게 지거나 어벌쩡하게 뒤에서 공을 돌린다던가 등의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적이 없다. 하물며 주축 선수들이 다쳐 대거 이탈하는 경우에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승리해 승점을 따오던 팀이었다.
맨유가 가진 브랜드 가치 덕분에 스타플레이어나 일반 선수들 영입도 순탄했다. 간혹 안 오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본인이 맨유를 싫어해서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단순히 돈만 많이 주는 구단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재계약 시점이 오면 본인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맨유에 간다는 언론 플레이만 할 뿐 정작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인 감독이자 맨유의 레전드인 퍼거슨 감독의 은퇴와 동시에 EPL(England Premier League)의 트로피를 구경해본 적이 없다. 이후 근 10년 동안 모예스, 긱스, 반할, 무리뉴, 솔샤르, 캐릭터, 랑닉, 텐하흐 까지 숱한 감독들이 맨유를 거쳐갔다. 그동안 유의미한 결과를 낸 감독은 그나마 무리뉴뿐이다. 자잘한 우승컵들이지만 무리뉴를 제외한 여타 감독을 은 그 작은 우승 트로피도 손에 쥔 적이 없다.
선수층 불균형
맨유의 나사가 빠지기 시작한 시점은 선수층이 불균형되면 서다. 우선 필요 이상으로 주급을 많이 가져가면서 1인분을 못하는 노쇠화된 선수층은 방출을 시켜야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선수단에 계속 남겨둔다. 이는 향후 영입 자금에도 문제가 되고 텃세로 이어질 수 있기에 발 빠른 조치가 필요했는데 맨유가 정이 많아서 그런지 전성기가 다 지난 선수들을 내치지 않고 있다. 필요한 선수가 적재적소에 영입이 되지 않으면서 포지션 별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선수층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전 선수가 다쳐서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오는 2군 선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느 정도 네임드도 있고 어떤 선수든지 그 자리에서 1인분은 했기에 지금처럼 팀내의 핵심선수가 빠지더라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만큼 선수 영입과 관리가 잘 되었단 말인데 지금의 맨유를 보면 처참하다. 선발 명단에 이름은 올리지 못하면서 팀내에선 고액 연봉을 타는 주급 도둑들이 많다. 선수단 개편이 시급하다. 차라리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게 좋아 보인다.
선수단 멘탈 문제
지금의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이거나 일방적으로 맞는 경우에 선수들 스스로가 쉽게 포기한다. 예전에는 아무리 지는 경기라도 최선을 다해서 0:3으로 지는걸 1:3이나 2:3으로 간혹 운이 좋은 날에는 무승부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의 투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설렁설렁 뛰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팬으로서 경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TV를 끄는 횟수가 늘었다.
최근 시즌에 구단 레전드 선수인 호날두가 들어오면서 락커룸 내 분위기를 바꿔줄 줄 알았다. 경험도 많고 우리가 말하는 신계에 오랜 시간 동안 몸담고 있었으니 선수들을 더 잘 케어할 줄 알았다.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다른 선수들보다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았다. 가뜩이나 팀 내에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선수들이 많은데 호날두까지 그러니 선수단 분위기가 말이 아닐 것이다. 투지 가득한 맨유 선수들의 모습을 못 본 지 10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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