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안정리는 언제나 맑음 뒤 흐림 1부

2022. 5. 8. 08:00카투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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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방

      유학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니 곧장 입영통지서가 날아왔다. 예비 입영자들은 어떻게 귀신같이 잘 알아차리는지 모르겠다. 당장 군대에 가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을 하던 중 수능으로 연기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바로 시행에 옮겼다. 어쩌다 보니 인생에서 두 번째 수능을 치르고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정신없는 신입생 생활을 하면서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씩 전역을 맞이했다. 나더러 늘 언제쯤 입대할 거냐고 물었다.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몸이 성한 친구가 없었다. 다들 신체의 어디 한 곳쯤은 다치고 전역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반드시 편한 곳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군에서 다치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거니와 책임도 안 져주는 걸 느꼈다.

      1학년을 마치자 대학동기들이 줄줄이 입대를 했다. 나도 연초에 입대하고 싶어서 육군에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졌다. 의경 복무 중이던 친구의 말을 듣고 지원했으나 여기도 떨어졌고, 원하던 ROTC 마저도 떨어졌다. 내가 자원해서 가겠다는데 군대에 들어가기가 뭐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직계가족병도 떨어졌다. 별거도 아닌 군대로 계속 낙방되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주위에 군필자들은 늘어만 가고 나만 계속 그대로였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미필자이니 알바를 구하는데도 제약이 생기고 국비유학생도 고려를 했으나 미필자라는 이유로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군대 중 비교적 편하다는 카투사 지원이라는 도박수를 던지며 준비를 시작했다.

    TOEIC

      인터넷을 보며 카투사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취합했다. 우선 어학성적이 필요했다. 다양한 어학시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해봤던 토익이 나을거 같아서 이걸 준비했다. 당시 토익 최고 성적이 720점이어서 카투사 지원도 불가능했기에 반드시 점수를 끌어올려야 했다. 걱정하는 주변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외국에서 조금 살았던 경험인지 LC 공부는 거의 안 하고 RC에만 몰입했다. 고교시절 워낙 기초가 없어서 그런지 답지를 봐도 이해가 안 갔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그림으로 밖에 인식이 안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를 주야장천 풀었다. 무식하지만 이게 해답이 되리라 생각하며.

       여름방학 기간동안 토익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RC반만 수강하며 강의 시간 이후엔 오롯이 학원에서 자율학습 시간을 가졌다. 스터디를 하라는 강사님의 제안이 있었지만 좀 불편해서 따로 안 했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부담될 것 같았다. 답지도 이해가 안가 문제풀이에 대해 이유와 설명을 해야하는데 큰 부담이다. 강의 시간에 받은 숙제를 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었다. 밥을 먹고 학원 자습실에서 개인 문제집을 풀었다. 매일 기출문제집 1회씩 풀고 오답을 했다. 끝나면 또 어플로 문제를 풀었다. RC를 각 파트별로 100문제씩 풀고 똑같이 오답정리를 했다. 이 짓거리를 2주 정도 하니 깨달음을 얻었다. 답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8시간씩 공부한 것에 보답하듯 처음으로 토익 800점을 돌파했다. 이에 힘 입어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가장 힘든건 점심을 먹고 난 직후 밀려오는 졸음이었다. 웬만하면 낮잠을 피하려고 카페인 함량이 높기로 유명한 GS25의 스누피 커피 우유를 마셨다. 간혹 이걸 마셔도 졸린 날에는 30분 정도 쪽잠을 자고 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예외 없이 혼자 카페에 들러 공부를 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목표로 잡았던 10000개의 문제를 풀었더니 890점에 도달했다. 900점을 넘기고 싶었는데 좀처럼 넘어가지 못했다. 지금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문제를 풀었다. 4개월 차에 토익은 900점대를 찍었지만 카투사 지원점수는 895점이라 내심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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